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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과 공개 보완할 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총선 출마자에 대한 전과(前科)공개로 막바지 선거판이 더 지저분하고 어지럽다.

최소한의 부도덕자나 비양심자를 가려내 저질정치를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이긴 하지만 헌정 사상 처음 실시되는 데다 선거일이 임박해 공개된 만큼 유권자들의 혼란은 한층 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다 전체 후보 1천1백78명 중 16%가 금고(禁錮)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자라는 이유 등으로 인해 자칫 유권자의 정치혐오증을 심화할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선관위가 밝힌 전과 후보 중 82명에는 혼인빙자간음.간통 등 파렴치 전과자를 포함해 사기.횡령.공갈.뇌물수수.위증.배임.무고.과실치사.뺑소니 등 반(反)사회범이 망라돼 있다. 죄질을 가려야 하지만 전과 2범 이상만도 55명이 된다.

전과 후보 중에는 이미 공개된 병역 미필.재산세와 소득세 납부 실적까지 전무한 '4관왕' 이 14명, '3관왕' 은 62명에 이른다. 이런 부류의 후보들이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꼼꼼히 따져 여의도에 '정치 쓰레기' 를 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범법자가 됐다면 여타 반사회적 전과자와는 구별돼야 한다.

동시에 시국사범이라고 해도 친북적 '주사파류(主思派類)' 는 달리 취급돼야 할 것이다. '훈장' 이라도 받은 양 설치도록 했다간 위법을 장려하는 꼴밖에 안된다. 마찬가지로 반사회적 범죄를 저질러 놓고 '정치 보복' 운운하는 후보군도 가려내야 한다.

좋은 평가를 받는 전과 공개 제도지만 시행상 개선점도 한 둘이 아니다. 흠집내기 비방 일변도의 흑색선전전이 판치는 데다 형평성.실효성 문제가 있다.

금고 이상만 공개하다 보니 실제 전과의 20% 정도만 공개됐는데 금고 이상의 형보다 죄질이 더 고약한 벌금형도 다음 총선에선 포함해야 후보 정보의 정확성을 기할 수있다.

선거일이 임박해 전과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반론기회마저 잃은 '억울한 전과자' 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개선할 부분이다. 선거법을 고쳐 출마 희망자가 미리 납세.병역.전과 관계 자료를 제출케 하고 이를 공천 단계에서부터 반영토록 하는 방안 등이 두루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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