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M&B 출간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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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경주 석굴암에 매료된 재미 설치작가 강익중은 늘 "문화재는 우리가 귀를 기울일 때만 가치가 있다" 고 말한다.

"존재하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는 한 문화재 전문가의 말과 달리 "조율을 해야만 비로소 제 소리를 내는 피아노처럼 문화재 역시 현세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가꿔야 빛을 발한다" 는 것이다.

문화재를 전공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안다는 것' 은 곧 '관심을 갖는 것' 일 수 있다.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지식을 제외한다면 모든 앎의 출발은 호기심에서 비롯되니 말이다.

이렇게 일단 관심을 갖게 되면 사랑하게 되고 또 보존할 당위성도 자연스레 깨치게 될 터이니 강씨의 주장이 절로 와 닿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기획해 중앙M&B가 펴낸 '유네스코 세계유산' 전집이 가치를 지니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1997년까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1백8개국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5백7점을 수록한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존재 조차 모르던 각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이 남긴 흔적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사람들의 숨겨진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개체인 셈이다.

여기에는 한국 관광객들로 들끓는 프랑스(22점)나 호주(11점)등 잘 알려진 곳도 있지만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서아시아의 이란(3점)이나 아프리카의 콩고(5점)등도 포함돼 있다.

93년 독일과 스페인, 95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번째로 출간되는 것이지만, 일본의 개정판(97년)과 97년 12월 새로 등록된 한국의 수원 화성.창덕궁까지 추가해 세계적으로 가장 최신판이다.

이 전집은 동아시아.서유럽 등 지구를 12개 지역으로 나누어 유산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담지못한 99년 추가목록을 포함해 지금까지 지정된 총 6백30점(문화유산 4백80점.자연유산 1백28점.복합유산 22점)의 유산들은 유네스코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unesco.org)에 들어가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각 유산마다 작은 사진과 짤막한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다.

그런데도 10억여원의 제작비를 들여가며 이 책을 펴낸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풍부한 도판과 충분한 정보다.

책 커버를 한번 들춰보기만 해도 이 책의 매력을 금방 알 수 있다.

적게는 네쪽, 많게는 열여섯쪽까지 할애한 각 유산 설명의 첫장에는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이 유산이 위치한 지역지도와 개요를 적어 놓은 후 본격적인 설명에 들어간다.

각권당 4백여점의 천연색 사진이 수록돼 있어 마치 현장에 와있는 듯한 생생한 감흥을 전해 준다.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 에 따라 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되려면 먼저 각국 정부가 세계유산위원회에 사진과 설명이 담긴 신청서를 낸다.

여기서 등록기준(문화유산은 6개.자연유산은 4개 항목)가운데 하나라도 일치가 되면 유네스코의 실사를 거쳐 지정여부가 판가름난다.

이 책은 각국이 유산지정 신청을 할 때 사용한 최고 품질의 사진과 글, 실사 보고서를 종합해 만들어졌다.

스페인과 일본에서 새롭게 책으로 기획할 당시 각국 유네스코 위원회에 의뢰해 도판과 내용을 추가했다.

이번 전집의 기본 텍스트로는 이렇게 종합된 일본 고단샤(講談社)판을 번역해 사용했지만, 한국 문화유산의 경우 종묘는 작가 배병우의 사진을 수록하는 등 중앙M&B에서 사진과 글을 따로 제작했다.

이를 감안하면 수록된 1백8개국이 모두 전집 만들기에 참여한 셈이다.

그렇다보니 이방인이 쓸법한 일반적인 이야기나 혹은 지나치게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유산의 가치와 배경을 이루는 사건과 전통, 예술을 다루는데 치중하고 있다.

'아시아.오세아니아편' '유럽편' '아메리카.아프리카편' 등 각각 4권씩 한세트로 묶어 세트당 19만원, 전질 57만원으로 일반인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일반서점에서는 구입할 수 없으나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에서는 만날 수 있다.

02-2000-6226.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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