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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모방 도구설명-'자연 닮은 과학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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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뱀은 다리도 없이, 마치 고무줄처럼 몸을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나뭇가지나 바위.돌 위에서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지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혹시 길거리 공사장에서 울퉁불퉁한 길을 자유자재로 다니는 불도저를 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TV에서 탱크가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는 것을 본 적은요.

이게 같은 원리라고 아이들에게 얘기해 준다면 훨씬 큰 호기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지는 않을까. 도구는 다르지만 자연과 닮은 주변의 과학원리라고 말이다.

뱀은 배 쪽에 배비늘이란 게 있어요. 이 배비늘의 뒤 쪽에 있는 날카로운 날들로 바닥을 밀면서 어디든지 기어다니지요. 대신 불도저에는 배비늘의 원리에서 본뜬 무한궤도란 게 있죠. 무한궤도란 요철이 있는 금속판들로 엮은 벨트를 차바퀴 둘레에 감싸 놓은 장치를 말하죠. 불도저의 요철 하나 하나가 배비늘 역할을 하는 거죠. 그래서 바닥을 밀면서 힘을 받으며 어디든지 갈 수가 있는 거죠. 주로 탱크나 트랙터 같은 힘이 필요한 큰 차에 이용된답니다.

산들산들 꽃밭을 날아다니는 나비는 꿀을 어떻게 따 먹을까요. 꽃을 씹어 먹는다고요. 아뇨, 천만에요. 나비의 입에는 빨대가 달려있어요. 흔히 우리가 우유나 주스를 먹을 때 사용하는 빨대와 같은 원리인 것이죠. 나비는 빨대를 동그랗게 말아 날아 다니다 꿀이나 물을 먹을 때는 그 빨대를 펴 쪽쪽 빨아먹는 거죠.

베틀북이 만든 '자연과 닮은 과학원리' (장석봉 옮김.각권 7천원)시리즈는 '닮았다' 는 점을 이용해 자연과 과학의 원리를 설명하는 그림책. '움직인다' '전달한다' 등 운동 원리에 따라 묶어낸 '캥거루와 스카이 콩콩' '기린과 사다리차' '두더지와 굴착기' '귀뚜라미와 바이올린' 등 네 권이 출간됐다.

하야시 시로 등 일본 작가 6명이 책을 꾸몄고 나라 첨단과학기술대학원 연구원의 와타나베 마사타카가 감수했다.

최근 아동 서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린이용 과학책들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지만 초등학생을 위한 것이 많아 호기심 많은 서너살배기 아이들이 볼 만한 책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 그러나 이 책은 글보다 그림에 더 비중을 두고 있어 초등학교 저학년은 물론 미취학 어린이까지 폭넓게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부모들이 읽어주기 좋을 정도의, 핵심을 짚는 간단한 설명과 깔끔하고 큼지막한 그림들이 적절히 배열된 시원한 편집이 지루함을 덜어준다.

설명을 위해 선별한 원리들이 아이들이 접하는 일상과 맞닿아 있어 친근함을 더한다. 뱀과 나비를 통한 과학 원리 설명 외에도 '아 그렇군' 하고 감탄할 만한 소재들이 줄을 잇는다.

마찰이 소리로 바뀌는 까다로운 원리를 설명하는 데는 날개를 부딪쳐 음악을 만드는 수컷 귀뚜라미와 같은 방법을 쓰는 바이올린이 예로 등장한다.

'걸러낸다' 는 여과 개념은 바닷물을 들이마신 다음 아가미로 플랑크톤만 걸러내는 쥐가오리와 역시 같은 원리의 진공청소기로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이밖에 개구리와 혼, 오징어와 로켓 등 흥미진진한 36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저학년 혹은 미취학 어린이를 위한 책인 만큼 세밀한 과학 지식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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