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당 선거사령탑 24시간 밀착 취재] 5.홍사덕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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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6층 선거대책위원장실. 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 주재로 그날 한나라당의 선거대책이 결정되고 있다.

박창달(朴昌達)상황실장이 "총선연대의 낙선활동은 한나라당 죽이기다. 김중위(金重緯.서울 강동을)후보의 피해가 크다" 고 보고했다.

洪위원장은 "내일 金후보 사무실에서 나.서청원(徐淸源)본부장.인근지역 후보들이 모여 격려성 대책회의를 열겠다" 고 결정했다.

30분간의 회의 뒤 洪위원장은 당사를 나섰다. 일정표엔 양평-가평부터 연천-포천까지 경기도 유세지역 7곳이 빼곡이 적혀 있다. 洪위원장의 총선 D-8의 일정이 시작된 것이다.

◇ '벚꽃이 나왔네요' 〓오전 10시30분 양평 정병국(鄭柄國)후보 사무실. 鄭후보가 "5㎏이나 빠졌다" 고 하자 洪위원장은 "그것밖에 안 빠졌느냐. 더 뛰어라. 여긴 분명히 된다" 며 "오늘 뭐를 해주면 좋겠느냐" 고 물었다.

이어 들른 용문시장 5일장. 그는 "홍사덕, 오늘 정병국 후보 운동원입니다" 며 유권자들에게 인사했다. 연단에 올라서서는 "鄭후보는 크게 될 대들보감입니다. 식목일에 좋은 나무를 심듯 투표해 주십시오" 라고 호소했다.

그의 스타일은 즉석 연설. 손바닥만한 수첩엔 단어만 몇개 적혀 있다. 이를테면 '결식아동 16만명' 식이다.

이 메모가 그의 머리와 혀를 거치면 "16만명의 학생이 점심을 굶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도시락을 먹을 때 이 아이들은 운동장 한쪽에서 수도꼭지를 틀고 있습니다" 는 피부에 와닿는 대중연설로 바뀐다.

洪위원장의 정치적 감수성과 순발력은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 투쟁 시절 DJ.YS 두 김(金)씨는 이미 그의 이런 면모에 높은 점수를 준 바 있다.

매일 5~10곳을 지원유세하는 강행군이다. 그 와중에도 洪위원장은 여유를 보인다. "벚꽃이 나왔네요. " 그 한마디에 실무진의 피곤한 얼굴들이 환하게 바뀐다.

이회창(李會昌)총재와의 '투톱 유세시스템' 에서 그는 주로 수도권.경북을 맡고 있다. 유세 뒤에는 당사에 돌아와 다시 대책회의. 오후 8시에서 10시 사이다.

◇ 정리된 역할공간〓95년 무소속을 택한 뒤 혼자 정치를 해온 그에게 한나라당이라는 '조직' 에서의 활동은 새로운 시험이다.

그가 맡은 또다른 일은 공천 불만자들을 무마하는 작업. 지난달 말 그 자신이 비례대표 공천에 항의하기도 했지만 태업(怠業)에 가까운 정태윤 쟁점관리단장.안재홍 기획단장.장광근 선대위대변인.김영선 의원을 달래고 있다.

"다음 대선이 있으니 그때까지 뜁시다. 역할문제는 정권교체 뒤 얘기합시다. "

그는 당내에서 자신의 용도.한계의 역할공간에 대해 분명히 정리된 입장을 갖고 있다. "확실한 대선주자가 있는 곳에서 선대위원장의 역할을 새로이 창조하고 있다" 고 말한다.

그의 주변에선 '대권 도전' 비슷한 얘기를 기대하기도 하나 이 부분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래서인지 洪위원장에 대한 李총재 측근들의 경계도 많이 엷어졌다. 李총재와도 하루 3~4차례 전화로 의견을 나눌 정도로 밀접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도 유력한 차세대 정치인. 4일 자신의 옛 지역구인 경북 봉화에선 "그동안 키워줘서 이쯤 됐는데 이번 선거에서 앞길이 막히지 않도록 해달라" 고 부탁했다. 영주에선 "이번 선거는 DJP 대 홍사덕의 싸움" 이라고 규정했다.

◇ 재산세 0원〓그는 21년째 서울 역삼동 성보아파트에 산다. 32평짜리 전셋집. "4선 현역이지만 돈벌 기회가 없었고, 좋은 집주인을 만났기 때문" 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재산세는 0원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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