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현장르포…' 프로레슬러의 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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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얼마전 '반칙왕' 이란 영화가 화제가 됐다. 은행원인 주인공이 밤이면 프로레슬러로 변신한다는 내용이다. 그 이중생활이 사회생활에 찌든 직장인들에게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영화의 주인공을 닮은 은행원이 있어 화제다.

한빛은행 일원동 지점장인 백종호(51)씨. 프로레슬러로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지금도 고된 훈련에 매달리며 세상사의 시름을 잊고 산다.

프로레슬링은 적어도 40대 이상의 한국남자들에게 박씨처럼 삶의 일부이자 추억의 보금자리였다.

60~70년대 동네사람들과 함께 TV 앞에 빙 둘러앉아 프로레슬링을 보며 환호하던 시절 '박치기왕' 김일은 우리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프로레슬링 말고도 볼거리가 지천으로 널린 세상. 점차 프로레슬링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다.

KBS1 '현장르포 제3지대' 에서 한국 프로레슬링의 아련한 흔적을 찾아나선다.

7일 밤 11시45분에 방송될 '다시 시작이다-한국의 프로레슬링' 편. 지난달 25일 열린 '김일의 은퇴식 및 WWA타이틀매치 세계프로레슬링대회' 를 계기로 다시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른 프로레슬링의 어제와 오늘을 추적한다.

프로레슬러와 가족들의 애환, 열정, 안타까움 등을 담았다.

현재 한국 프로레슬링계를 이끄는 중심인물은 김일의 마지막 제자인 이왕표(46)씨. 그의 밑에는 70년대 레슬링을 시작한 노장에서부터 경력 3년 미만의 20대까지 대략 20명 정도 활동한다.

서울 영등포의 허름한 주차빌딩 옥상이 그들의 보금자리. 찢어진 매트와 낡은 운동복 몇벌이 전부이지만 꿈만은 야무지다.

이씨는 "한국 프로레슬링의 자존심이 여기 있다" 고 외친다.

하지만 이런 아버지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심정은 말이 아니다. 노지심 선수의 가족들은 아버지의 경기를 보지 않은 지 오래다.

그들에게 프로레슬링은 '그저 쇼' 라고 몰아부치기에는 너무나 처절한 삶의 진실인 것이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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