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세계는 앞서가려 경쟁하는데 국내는 갈등하고 있어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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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단과 조찬회동을 하기에 앞서 정몽준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정길 대통령실장. [조문규 기자]


“다음 대통령은 대통령 하기 엄청 어려울 거다.”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정몽준 대표 등 한나라당 최고위원단과 두 시간여 조찬 회동을 하면서 한 얘기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원안대로 9부2처2청이 이전할 경우 차기 정부에선 경제 부처가 모두 세종시에 있게 돼 비효율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진정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내가 다음 대통령을 위해서 (세종시 계획을 수정키로)하는 것”이라며 “논의가 앞을 향해 가야 하는데 갈등만 있어서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음 대통령이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내가)기초를 다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대통령)연임보다 단임이 확실히 일을 사심 없이 할 수 있어서 나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선의’가 갈등 요인이 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들은 앞서 나가려고 경쟁하는데 국내는 갈등하고 있어서 걱정스럽다”며 “여러 현안들, 특히 세종시와 4대 강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 갈등이 생긴 게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곤 ‘화합’ ‘협심(協心)’, 그리고 ‘당이 하나된 모습’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세종시 해법과 관련해선 “좀 빠르게 정부 대안을 제시할 것이고 국민의 판단을 받는 게 좋겠다. 당정이 서로 협조해 대안을 제시하는 게 좋겠고, 당이 하나의 모습으로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내 친이·친박 간의 고질적 갈등 구조에 대해서도 “계파 갈등이 심한 것으로 비치는데 실질적으로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곤 “나야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고맙지”라거나 “집안에서도 형제끼리 싸우는 걸로 비춰지면 좋지 않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친박근혜계인 허태열 최고위원이 “국민과 충청도민이 반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하자 “국민과 충청도민이 모두 찬성하는 윈윈(win-win)의 길을 찾자”고 대답하기도 했다. 반면 4대 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선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대통령은 “4대 강(살리기 사업)은 정쟁과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집권 여당이 확고한 생각을 갖고 어려운 예산 국회를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 “논란의 중심인 분이 대통령이 된다는 의미”=이날 회동에선 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대통령과의 대화’ 를 하던 중 “지금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분 중에 다음 정권 대통령이 되지 않겠느냐”고 한 발언이 화제가 됐다. 참석자들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된다면 (세종시 수정에 긍정적인)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가 일할 맛이 나겠느냐”고 조크 삼아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회동에 배석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찬성하는 분도 포함한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해명했다”고 설명했으며, 이 대통령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분들이 된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고정애·강주안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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