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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극복의 열쇠는 무역 활성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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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세계 무역이 위축되면서 극빈국들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들 국가는 경제 위기가 야기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거나 타격을 입은 산업을 구제할 여력이 없다. 극빈국에서 교역은 전체 경제 활동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하필이면 이 극빈국들의 수출이 20% 이상 늘어나 세계 시장에서 이들의 경제적 활동 폭이 막 넓어지는 상황에서 무역이 붕괴했다는 게 문제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래로 극빈국의 수출은 44%나 감소했다.

내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153개 회원국 무역장관 회담은 빈곤 국가의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빈곤을 완화하는 최선의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내년 말로 시한이 연장된 도하라운드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것도 의제 중 하나다. 그러나 도하라운드는 국가가 무역을 하는 이유와 교역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 사로잡혀 있다.

각국은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기 때문에 교역을 한다. 무역 장벽을 낮추면 자국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재화나 서비스를 보다 싼 값에 얻을 수 있다. 무역은 경쟁력을 제고하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국민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킨다. 수입 장벽을 낮추면 그 나라의 수출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많은 국가 중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무역 장벽을 낮춘다 해도 이들이 세계 경제에 완벽하게 참여토록 하는 데는 충분치 않다. 스스로 무역 역량을 길러야 한다. 이것이 빈국에 대한 ‘무역 원조(Aid for Trade)’가 시작된 이유다. 경제위기에도 이 프로그램에 따라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의 기부금은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몇몇 주요국은 인프라와 생산능력 및 노하우 구축을 위해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기여를 확대하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무역 원조’는 시장 개방의 기회와 도하라운드에서 협의한 개정안을 대체할 수 없다. WTO 회원국은 극빈국이 수출하는 제품의 97%까지 시장을 개방하고 여전히 무역 장벽으로 남아 있는 관세를 줄이는 데 동의했다. 그 결과 면화에 대한 보조금은 삭감됐고, 빈국이 수출한 면화는 면세와 할당량 폐지라는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교역을 왜곡하는 모든 농업 보조금은 주요 국가에서 70~80%까지 삭감될 것이다. 통관 수속이 합리화되면서 운송 시간도 줄어들 것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우리가 연간 3000억~7000억 달러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이 같은 협정에 바짝 다가서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이익을 얻기 위해 우리는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번 장관 회담은 협정을 체결할 준비가 됐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돼야 한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정리=하현옥 기자 ⓒ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