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서울포럼 참석자 인터뷰] 제프리 삭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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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은 앞으로 교육과 과학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 아시아 경제위기의 원인 및 해법과 관련한 연구결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제프리 삭스 교수는 "외환위기를 신속히 극복한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지식기반을 보다 튼튼히 다져야 한다" 고 강조했다.

- 지금 한국이 풀어가야 할 과제는 뭔가.

"흔히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서방 기관들은 시장경제원리만을 모든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경쟁력을 높이려면 교육이나 과학처럼 비시장적인 요소에 대한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은 연간 무려 8백억달러를 교육에 투자한다. 바로 미국이 지닌 힘의 원천이다. 한국은 향후 선진국들로부터 기초과학.생명공학.전자공학 등 지식기반 분야에 장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으로 본다. "

- 한국에 또 다른 위기 가능성은 없나? 최근 한국 증시에 외국계 단기자본이 지나치게 유입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서 빠져나간 외국자금은 대부분 단기 대출금이었기 때문에 곧장 국가부도로 이어졌다. 하지만 현재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돈은 투자자금이기 때문에 급격히 유출돼도 결과는 주가폭락일 테니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증시와 마찬가지로 한국 증시도 지나치게 과열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은행돈을 빌려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증시가 갑자기 붕괴하면 투자자들이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게 되고, 이는 은행부실로 이어져 또다른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

-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외환위기에 대한 IMF식 처방에 비판적 견해를 자주 밝혔다. 당신의 대안은 뭔가.

"외환위기 직후 고금리.재정긴축.금융기관 퇴출을 골자로 한 IMF의 강도높은 처방은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켰을 뿐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다행히 IMF가 태도를 완화하면서 한국도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다.

앞으로 아시아 문제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IMF나 세계은행이 아니라 지역개발은행인 아시아개발은행(ADB)이 1차적 책임을 지고 해결해 나가는 게 더 옳다고 본다. 이 지역 국가들이 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일본이 주창했던 아시아통화기금(AMF)을 설립해 외환정책을 긴밀히 협의해 나가는데 대해서도 전적으로 지지한다.

향후 IMF는 단기 대부자로서의 역할에, IBRD는 최빈국 지원업무에 주력하는 쪽으로 대대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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