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현장을 간다] 대책없는 '공약' 쏟아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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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4.13총선에 나선 후보들이 쏟아내는 각종 공약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이 많아 유권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지자체가 추진 중인 사업이나 역대 선거마다 나오는 '선거철 유세용' 공약마저 여러곳에서 등장했다.

◇ 장밋빛 공약〓광주 서구의 A후보는 7백10억원을 들여 지은 상무 신도심 쓰레기 소각장의 전면 폐쇄를 공약했다. 그는 "입지선정이 잘못됐을 뿐 아니라 주민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어 폐쇄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소각장이 폐쇄되면 엄청난 예산이 낭비되고, 쓰레기 정책에 큰 혼란이 생긴다" 고 우려했다. 또 "후보들이 별다른 대안도 없이 주민의 비위를 맞추느라 목소리만 높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 말했다.

청주 상당에 출마한 B후보는 '정부청사 청주 유치 프로젝트' 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 후보는 당선되면 내년부터 공론화 해 오는 2010년 청사를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확보방안이나 어떤 부처인지 등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태백.정선의 C후보는 석탄산업법을 개정해 폐광이 된 함태탄광을 다시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으로 민심 얻기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유권자들은 큰 돈이 들어가야 하는 폐광 재개발사업 공약을 충분한 재원 조달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발표하는 것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 베끼기.재탕 공약〓경북 안동의 후보들은 너도나도 '경북도청 안동 이전' 을 공약으로 내걸고 득표활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한 후보는 "2002년 6월 말까지 실천하지 못할 경우 당선돼도 의원직을 사퇴하겠다" 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안동 시민들은 "후보들이 선거철 단골메뉴를 또다시 들고 나왔다" 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부산지역에서 각당 후보들은 거의 모두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공약내용 대부분이 이미 전문가.환경단체.환경부가 지난해 합의해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 정당의 인천시 선대위는 인천시가 추진 중인 ▶인천국제공항 연계도로망 증설▶순수한 인천지역 은행 설립▶자유무역지구 조기 조성▶국제종합전시관 건립 등을 공약으로 발표해 눈총을 받았다.

인천지역 또 다른 정당은 지난 15대 총선 때 여야후보들이 내건 환경개선 및 문화시설 확충, 아태지역 중추적 해양관광도시 건설 등의 공약을 짜깁기하기도 했다.

<'4·13 총선 현장' 기동 취재단>

▶서울〓고대훈.강갑생.박신홍.이상복.이무영.전진배.하재식.최민우.우상균.박현선.김성탁.이가영 기자

▶경기〓정재헌 차장, 김기봉.정찬민.전익진.강찬호.홍주연 기자

▶인천〓정영진.엄태민.김동호 기자

▶대전.충청〓최준호 차장, 박태균.이석봉.안남영.오종택.김방현.김종문 기자

▶강원〓이찬호 차장, 고현곤.홍창업 기자

▶광주.호남〓이해석 차장, 서형식.장대석.구두훈.천창환.김상선.김현승.김승현 기자

▶대구.경북〓송의호.정기환 차장, 홍권삼.황선윤.조문규.안장원.김준술 기자

▶부산.경남〓허상천.손용태.강진권 차장, 정용백.김상진.김관종.송봉근.조민근 기자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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