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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오픈 서울대회] 일산 호수공원 화합 '넘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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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세계문화오픈(WCO) 2004"특별초청 공연이 열린 1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광장에서 5000여명의 관객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화보] WCO 이모저모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호수공원에 14일 '평화의 물결'이 출렁였다. 총 면적 31만평, 호수 면적 9만7000평의 대형 호수인 호수공원에서 '세계문화오픈(WCO) 2004'(공동대회장 서영훈.홍일식.백낙청) 서울.경기 대회가 13일에 이어 계속됐다.

세계 꽃 박람회로 유명한 '꽃의 도시' 일산에 화합의 꽃이 활짝 핀 모양새였다.

이날 호수공원은 한마디로 문화 축제 마당이었다. 낮 12시 호수공원 한복판 주제.한울광장 무대에서 시작된 '어울림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이 오후 10시까지 쉬지 않고 펼쳐졌다.

호수공원 무대는 서울세종문화회관.호암아트홀에서 열린 부문별 경연과 달리 'WCO 2004'에 참가한 각국 예술단이 일반인과 자유롭게 만나는 자리다.

구름 한점 없는 코발트빛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날 행사는 인종.민족.언어 구분 없이 모두가 한데 어울리는 '대동잔치' 같았다.

'어울림 콘서트'는 둘로 나뉘어 진행됐다. 주제광장에선 전통 무용이, 한울광장에선 전통 무예.음악이 선보였다. 대만 프레시맨 댄스 컴퍼니, 중국 훙대추 여성 타악단의 춤과 음악을 시작으로 지구촌 전역에서 날아온 18개팀의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관객은 총 1만여명(연인원).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의 손을 잡고 찾은 가족 관객이 눈에 많이 띄었다.

'무용의 땅'을 공연한 '김평호&창원시립무용단'의 안무가 김평호씨는 "북한과 가까운 일산에서 민족.세대 간의 문제를 풀어본 작품을 공연해 의미가 각별하다"고 말했다.

폴란드 전통무용단의 베스키드의 파벨 소브코 단장도 "빠듯한 일정에도 대회 준비가 조직적으로 잘 됐고 관객의 반응도 좋아 매우 행복하다"고 밝혔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세계 각국의 수준 높은 공연을 감상한 관객들은 흥에 들뜬 분위기였다.

오후 4시에 진행된 러시아 모스크바 주립민족지형극장의 공연에선 일반인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공연단과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공연 주체(공연팀)와 객체(관객)의 구분이 무너지는 진정한 어울림이 이뤄진 것이다.

서울 대치동에서 온 김장산씨는 "땡볕에서도 열심히 공연하는 외국팀에 감동받았다"며 "외국에 나가지 않고서도 다른 나라의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7시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특별초청 공연. 50년 전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출발해 지금은 반전.평화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일본 우타고에 합창단은 일본 민요 '야기부시''사자춤'과 한국가요 '아침이슬' 등을 노래하며 평화의 가치를 새롭게 되새겼다.

행사의 대미는 티베트 출신의 세계적 명상음악가 나왕케촉이 장식했다.그는 "서로에게 상냥해지기를"을 여러 차례 외치며 타악기 연주가 최소리씨와 함께 '평화의 소리''침묵의 소리''자유' 등을 연주했다. 지긋이 눈을 감은 나왕케촉과 모듬북을 두드리는 최소리씨의 얼굴이 무대 양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비치는 순간 광장에 모인 관객 5000여명은 가을밤의 깊은 침묵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초등학교 2학년 딸과 함께 온 주부 김미라(고양시 일산구 주엽동)씨는 "어제 독일 재즈앙상블 살타첼로의 음악에 감동받아 오늘 다시 무대를 찾았다"며 "세상의 번뇌를 씻어내는 나왕케촉의 부드러운 선율이 이념.종교.전쟁 등으로 조각난 지구촌을 잇는 접착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미국 뉴욕에서 문화를 통한 세계 평화를 선언하며 시작된 'WCO 2004'는 15일 오후 6시 호수공원에서 폐막식을 하며 8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박정호.배영대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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