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허파 아마존, 바이오 에탄올 … UNEP가 인정한 녹색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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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필요한 산소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아마존 지역,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농업, 버스중앙차로의 원조격인 생태도시 쿠리치바, 수력과 바이오 연료에 기초한 높은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 브라질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은 누구나 이곳이 녹색의 나라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올해 발간된 ‘세계 지속가능 에너지 투자동향’ 보고서에서 녹색성장의 선도 국가로서 브라질의 위치를 재확인했다. 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한 기술투자와 재생 에너지 사용의 확대 전망, 투자재원 규모 등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브라질을 세계 최대의 재생 에너지 사용국가로 평가한 것이다. 보고서는 현재 2% 수준인 기존 디젤 연료에 대한 바이오 디젤의 혼합 비율을 2013년까지 5%로 높이기로 한 브라질 정부의 정책도 소개했다. 아울러 풍력 발전과 식물·미생물을 통해 얻는 바이오매스(biomass) 사용의 확대 역시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평가했다.

브라질의 에너지 소비구조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 소비량의 45%에 이르는 저이산화탄소형이다. 전력의 75%를 수력 발전으로 생산하고 있고, 세계 6위의 우라늄 매장량을 바탕으로 원자력 발전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풍력과 조력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려는 계획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에너지원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16%를 담당하는 바이오 에탄올이다.

브라질의 대표적인 사탕수수 재배 지역인 상파울루주 피라치카바의 한 농장에서 트랙터를 이용해 사탕수수를 수확하고 있다. 브라질에는 사탕수수에서 에탄올을 분리하는 공장이 330여 개가 넘고 해마다 170억L의 에탄올을 생산하고 있다.[블룸버그]


◆바이오 에탄올 분야의 세계 최강자=브라질의 자가용 운전자들은 에탄올(L당 1200원)과 휘발유(L당 1700원)를 원하는 비율로 자유자재로 섞어 주유할 수 있다. 시내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에탄올 위주로 넣고, 고속 주행 때는 열효율이 높은 휘발유를 더 많이 넣으면 된다. 이렇듯 소비자의 입맛대로 섞어 넣으면 나머지는 엔진에서 알아서 연소시켜 준다. 비밀은 에탄올과 휘발유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플렉스 엔진(Flex Engine)에 있다. 각 연료의 비율을 엔진에 알려주는 센서가 연료탱크에 장착돼 있어서 엔진은 이 신호를 받아 적절히 엔진을 돌리는 것이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85%가 플렉스 차량이었다. 2015년에는 자동차 3000만 대 중 1900만 대가 바이오 연료를 사용할 것으로 브라질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인기는 소비자들이 바이오 연료에 대해 경제성뿐 아니라 안정성까지 갖췄다고 평가한 데 따른 것이다.

에탄올에 대한 수요 증가와 원활한 사탕수수의 공급에 힘입어 브라질은 앞으로 ‘가솔린 시대’를 대체할 가장 유망한 에너지원인 바이오 에탄올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세계 에탄올 시장의 생산과 소비는 미국(245억L)과 브라질(215억L)이 양분하고 있다. 두 나라의 에탄올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85%를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는 중국(2.7%), EU(2.5%) 순으로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 브라질이 사탕수수에서 에탄올을 추출하는 반면 미국은 옥수수, 중국은 감자에서 에탄올을 생산한다. 수출의 경우 브라질은 2008년에 36억L의 에탄올을 수출해 전체 에탄올 수출시장의 6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사탕수수 에탄올이 아마존 파괴의 주범?=우리는 왜 브라질의 바이오 에탄올에 주목해야 하는가. 그 이유는 사탕수수 에탄올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우선 바이오 디젤과 마찬가지로 에탄올은 현재의 가솔린과 디젤의 기계장치나 물류시설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사탕수수에서 뽑아내는 브라질의 에탄올은 높은 경제성과 생산성을 갖춰 다른 원료에서 뽑는 미국·중국 등의 바이오 에탄올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미국은 옥수수 1ha에서 3000L의 에탄올을 생산하지만 브라질은 사탕수수 1ha에서 7500L의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다.

바이오 에탄올은 바이오 디젤과 비교해서도 더 경제적이다. 사탕수수의 경우 1ha당 7500L의 에탄올 생산이 가능하지만 콩을 이용한 바이오 디젤 생산량은 1ha당 600L 정도다. 에탄올은 석유가격이 배럴당 35달러까지 떨어져도 경제성을 가질 수 있지만 다른 대체에너지들은 최소한 석유가격 80달러 이상에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브라질의 사탕수수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경작지 조성을 위해 아마존의 밀림을 마구 벌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마존의 토양은 경작에 유리하지만 이 지역은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사탕수수 재배에 적합하지 않다. 바이오 에너지의 원료로 사탕수수를 활용하는 것은 아마존 벌목이나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바이오 에탄올은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60∼90%까지 감소시킬 수 있어 지구 온난화를 방지한다. 알코올을 원료로 운행되는 차량에서 나오는 탄화수소는 사탕수수를 재배할 때 흡수돼 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에탄올의 생산이 세계 식량생산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에서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3억4000만ha의 경작 가능한 농토 중 겨우 9000만ha만 사탕수수 생산이 가능하다. 그나마 이 중 700만ha에서만 실제 사탕수수를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량의 절반은 설탕을 만드는 데 쓴다. 사탕수수를 기반으로 하는 에탄올 생산은 브라질이 경작할 수 있는 토지의 단 1%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콩(2200만ha)이나 옥수수(1300만ha)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협소하다. 2007년 브라질의 곡물 생산은 1억3500만t을 기록했고 이는 1990년보다 140% 증가한 양이다. 같은 기간 에탄올 생산은 56%가 늘어 지난해 220억L를 기록했다.

◆사탕수수 노동자의 처우 개선해야=그렇다면 사탕수수가 안고 있는 문제나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없는가.

우선 노동 문제다. 현재 상파울루 주에서는 약 40만 명의 노동자가 설탕과 에탄올 생산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처우와 열악한 근무환경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탕수수를 자르는 일은 과도한 노동시간과 낮은 보상 수준, 부족한 위생시설로 인해 인권침해 요소가 많다.

기술개발과 기계화로 사탕수수 노동자의 수가 앞으로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남는다. 농촌실업과 사회변동성의 증가다. 사탕수수가 땅의 지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브라질이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그래서 6년간 사탕수수를 경작한 뒤 6개월씩 다른 작물을 교대로 심어 최소 1년 동안 땅을 쉬게 해줘야 한다. 기술적으로 미국과 격차가 큰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미국이 연구개발에 해마다 15억 달러를 투자하는 데 비해, 브라질의 투자액은 1억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여러 어려움이 많지만 브라질의 바이오 에탄올은 가장 현실적인 대체에너지로 이미 떠올랐다. 사탕수수는 경제성과 환경 친화성을 동시에 갖춘 작물로 거듭났다. 브라질은 에탄올 생산국가 중 지리적, 기후적, 문화적, 기술적,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상용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책, 플렉스 엔진을 위시한 각종 기술개발, 사탕수수 경작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 낮은 인건비, 저렴한 토지비용 등이 바이오 에탄올 산업을 성장시킨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모델=그린 에너지 국가로 발돋움한 브라질의 녹색 이니셔티브는 지구상의 산소 3분의 1을 공급하는 광활한 아마존을 비롯해 46%에 달하는 높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유엔으로부터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사용국가로 인정받았다. 브라질은 청정에너지원 확대를 위해 풍력·바이오매스·수력발전에 힘쓰고 있으며 녹색건축과 도시계획 등 응용 분야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실현하기 위해 브라질처럼 적절한 신재생에너지의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 태양전지나 풍력은 녹색성장 에너지로, 바이오 연료는 저탄소 에너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우리 정부정책은 저이산화탄소보다는 녹색성장을 강조해 왔다. 태양광이나 풍력에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저이산화탄소 분야에도 보다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 핵심은 바이오 에너지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유일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바이오 에너지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오 에탄올 협력은 한국-브라질 녹색협력의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에탄올의 상품(commodity)화에 대비하기 위해 브라질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높은 경제성과 환경친화성 덕분에 세계적으로 바이오 에탄올의 생산과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이미 일본 기업들은 발빠르게 브라질과의 바이오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도 브라질과의 협력을 강화해 에탄올 클러스터에 진입해야 한다.

곽재성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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