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에선] 단체장 전횡 감시 주민의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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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즘 시대의 특징을 3C로 요약할 수 있다. customer(고객).competition(경쟁).change(변화)가 그것이다.

지식기반사회에서 어떤 조직이 변화의 소용돌이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고객지향의 효율적인 서비스를 하지 못하면 조직체계를 해체.소멸로 이끌어 가는 엔트로피(entropy)를 면할 수 없다. 이는 사조직뿐만 아니라 정부조직에도 공통되는 내용이다. 올해로 부활 10년째를 맞은 지방자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방행정을 살펴보면 과거 지방자치가 없던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느낌이다. 자치제 실시 이후 지방과 수도권의 간격이 더욱 벌어지는 것은 중앙과 지방의 관계가 잘못 설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이 중앙의 실력자에게 로비를 잘 해서 특별교부금을 따오는 것을 단체장의 업적으로 평가하는 현실도 문제다.

차기를 준비하는 자치단체장의 인사권 전횡으로 일부 지방에서는 측근을 요직에 앉히는 등 토착비리가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농촌 지방에 내려 갈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지방자치가 주민을 위한 민주적 수단이 되지 못하고 지방정치인의 지위욕을 채워 주는 정치마당으로 변질되고 주민부담만 늘게 하는 필요악의 장치로 전락해 가고 있다면 잘못된 표현일까. 감사원은 지난 1월부터 자치단체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기 위해 1개국 4개과의 감사전담 부서를 두고 감사요원 70명을 증원했다고 한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문제들을 안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지방자치의 주체는 주민이어야 한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게 자치권을 위임했다 할지라도 주인의식이 훼손돼서는 안된다. 주민들은 지방의원의 역할 수행과 단체장의 행정 수행에 대해 항상 관심과 감시의 시선을 두어야 한다.

필요하면 시민단체를 후원하거나 그 일원이 돼 왜곡된 행태의 선거직 공직자를 질타하거나 무사안일한 공직자와 부딪쳐 볼 수도 있다.

21세기의 지방자치 행정은 지방의회와 집행부 공무원,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지는 삼박자 속에서 변화되고 다듬어져야 한다.

김진복 <대구 영진전문대교수.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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