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베트남전 참전 사실로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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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그동안 추측만 무성했던 북한의 베트남전 참전이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25년 만에 처음 사실로 확인됐다.

2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동북쪽으로 60㎞ 떨어진 박장지방 랑장현 탄탄리에서 북한군의 전사자 위령탑과 14구의 시신이 묻힌 묘지가 발견됐다.

위령탑 앞에는 며칠 전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남기고 간 화환이 있었다.

북한과 베트남은 그동안 북한의 베트남전 참전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았다.

지금까지 베트남에 있는 베트남전 참전 외국군 묘지로는 호치민시 인근에 있는 호주군 묘지만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측은 이와 관련, "북한이 베트남전에 직접 참전했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 고 말했다.

총면적 3천평의 넓은 대지 위에 있는 북한군 묘소는 사방이 흰 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정문 바로 앞에는 '전몰장병들이여 영원하라' 는 붉은 글귀가 새겨진 10m 높이의 위령탑이 서 있었다.

위령탑 뒤에는 두줄로 된 전사자들의 무덤 14기가 가지런히 있었만?비문 앞면에는 베트남어, 뒷면에는 한글로 사망자를 '렬사' 로 표현한 이름과 출생지.생년월일.사망일이 붉은 글씨로 뚜렷이 새겨져 있었다.

이들은 모두 미국의 북폭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던 중인 1967년 5월 1일 사망한 것으로 비문에 새겨져 있었다.

현지 주민들은 "당시 미군의 하이퐁항 공습에 대항해 참전했던 북한 공군들은 리창일.박동준 등 조종사 11명과 정비사 3명이며, 이들은 직접 미군과 전투를 했다" 고 말했다.

한편 이 마을의 촌장 덩반저우(56)는 "이 묘지는 67년 랑장현이 베트남 정부의 지시로 만들었으며, 매년 남베트남 해방일인 4월 30일에는 북한대사관측이 찾아와 참배를 하고 며칠 전에는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왔다 갔다" 고 말했다.

월맹군 중대장으로 전쟁에 참여했다는 덩반저우는 "북한군이 이 지역에서 사망해 위령탑과 묘지를 만든 것이 아니다" 며 "북한 관계자가 풍수지리가 좋다고 해서 만든 것" 이라고 밝혔다.

[하노이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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