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예회장 현대건설 이사 유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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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현대건설은 29일 오전 9시 서울 계동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당초 제외할 방침이었던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을 이사로 재선임했다.

현대측은 사외이사 비중을 50%로 높이기로 함에 따라 참석 빈도가 낮은 鄭명예회장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이사 자격이 없는 오너가 경영에 관여할 경우 정부와 시민단체의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재선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鄭명예회장이 그룹을 승계한 정몽헌 회장과 함께 중요한 사항을 논의하는 등 당분간 돕겠다는 뜻을 강하게 펴 제외 방침을 철회하고 대신 김재수 현대건설 부사장(그룹 구조조정위원장)을 뺀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鄭명예회장이 임의기구인 경영자협의회를 통해 주요 사항을 지시한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거동이 불편하더라도 이사회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며 "이는 경영복귀 차원이 아니라 책임경영을 위한 것" 이라고 말했다.

鄭명예회장은 현대건설.현대중공업.현대아산 등 3개사의 등재 이사로 돼있으나, 1987년 그룹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뒤 대표이사를 맡은 현대건설은 물론 다른 계열사의 이사회에도 모두 불참했다.

이날 주총은 시작하기 40분전부터 회사 직원들이 끼어있는 젊은이들이 6백여 좌석 중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鄭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의장인 김윤규 사장이 정관변경.사외이사 선임.임원 보수한도 책정 등의 안건을 상정해 50분만에 끝났다.

소액주주인 이후용(60)씨는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는 오너들이 경영권 다툼만 벌이고 주가관리에 관심이 없다" 고 지적했다.

鄭명예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은 상정되기 직전 "안건은 박수로 통과하자" 는 의견을 받아 현대건설 직원으로 추정되는 참석자들의 박수로 가결했다.

현대건설은 정몽헌 회장, 김윤규 사장을 이사로 유임시켰으며 고현직 전 감사를 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이날 주총 결과 사내이사 6명, 사외이사 2명이었던 이사진은 사내.사외 이사가 각각 4명씩으로 바뀌었다.

한편 현대건설은 지난해 5조7천3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대손충당금 증가, 연천댐 철거에 따른 손실 발생, 고금리 사채 조기 상환 등으로 1천2백8억원의 적자를 내 주주에 대한 배당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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