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장애인 옷 맞춰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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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크로스 단원들이 장애인 옷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가운데 검은색 투피스 차림이 박영득 교수, 하늘색 원피스 차림이 백순자 단장이다. [계명문화대 제공]

"누워 지내는 경우가 많은 장애인의 옷은 소재부터 달라야 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 옷은 국내에 없어요."

계명문화대 패션디자인과 학생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 '해피크로스'(Happy Clothes)는 지난 여름방학 동안 중증 장애인을 위한 옷을 만들었다. 대구시 달서구에 사는 장애인 19명이 사용할 옷과 이불.베개포.모자 등 50여점이다. 15일까지 학교에서 전시회를 연 뒤 옷을 전달한다.

봉사단은 이 대학 패션디자인과 박영득(50.피복인간공학)교수의 권유로 결성됐다. 박 교수는 "중증 장애인들은 누구보다 맞춤옷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며 권유했다.

여름방학 직전 9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달서구에서 장애인 명부를 넘겨받고, 이 중 바깥 활동이 어려운 사람부터 옷을 지어 주기로 결정했다. 그 뒤 이들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필요한 것을 확인했다. 손을 짚고 기어다니며 생활하는 한 중년 여성 장애인은 옷에 단추를 없애고 목은 크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신이 마비돼 아내가 대.소변을 받아내는 형편인 우울증 환자는 땀이 차지 않는 옷을 주문했다. 봉사단은 이런 요구를 빠짐없이 적은 뒤 사진을 찍고 치수를 쟀다.

봉사단은 달서구와 계명문화대가 제공한 삼베.모시 등을 소재로 삼복더위도 잊은 채 학교 실습실에서 재단하고 재봉틀을 돌렸다. 땀을 잘 흡수하고 바람이 통하는 천연 소재를 쓰고, 허리는 폭넓은 고무 테이프를 사용하며, 여밈 방식은 단추 대신 지퍼나 찍찍이로 만드는 등 장애인에게 맞는 옷이 만들어졌다.

단장을 맡고 있는 이 학교 2학년 백순자(47)씨는 "옷을 만들어 준다는 말에 장애인들은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며 "졸업한 뒤에도 이 일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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