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례대표 공천] DJ, 직접 순번 매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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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당의 비례대표후보 공천은 여성계 배려와 직능.지역별 안배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교동계와 당료에 대한 배려가 강하게 드러났다.

28일 발표된 후보명단은 오전 청와대 재가과정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직접 순번까지 매겼다는 후문이다.

◇ 여성〓여성계의 양대 단체인 여성단체협의회.여성단체연합을 이끌었던 최영희(崔榮熙).한명숙(韓明淑)씨를 각각 2, 5번에 배치했다. 당 관계자는 "당초 이들을 3, 6번으로 올렸으나 대통령이 한단계씩 올렸다" 고 전했다.

또 비례대표를 약속받고 입당한 이미경(李美卿)의원과 사이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허운나(許雲那)한양대 교수가 각각 8, 11번을 받았다. 김민석(金民錫)총재비서실장은 "46번까지 14명의 여성을 공천해 비례대표 30% 할당약속을 지켰다" 고 말했다.

◇ 동교동계.당료〓동교동계 중 지역구 공천을 못받은 최재승(崔在昇.12번).윤철상(尹鐵相.17번)의원이 당선안정권에 진입했다.

또 당료출신 중 친(親)동교동계인 김방림(金芳林)연수원부원장이 40년간의 야당생활을 앞세워 14번에 안착했고, 조재환(趙在煥.18번).박양수(朴洋洙.22번)사무부총장도 배려됐다. 여기에는 동교동계 좌장격인 권노갑(權魯甲)고문 등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상현(安相賢.26번)전 강원도의원 등 당선 가능성이 없는 순번을 배정받은 13명의 당료출신들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 막판 뒤집기.반발〓김영진(金泳鎭.16번)의원은 "장관직으로 나가는 게 어떻겠느냐" 는 권유를 받았지만 완강히 버텼다고 한다.

전국구 재선에 도전했던 신낙균(申樂均)의원은 "정권교체 뒤 문화관광부장관까지 지냈는데 다시 주면 형평에 어긋난다" 는 당내 반발이 청와대에 전달돼 주저앉은 케이스.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 측근인 이수영(李秀榮)사무부총장.황소웅(黃昭雄)선대위원장 비서실장 등도 후보명단에 끼지 못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또 청년.장애인 몫으로 앞순번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됐던 오영식(吳泳食)전 고려대 총학생회장.이일세(李一世)나사렛대 겸임교수 등도 각각 24, 37번을 받는 데 그쳤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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