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태 이모저모] 직원들 "이미지 회복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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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현대그룹 직원들은 27일 오전 인사 파문이 일단락되자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 이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현대 직원들" 이라는 등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주말까지 혼란스런 회사 분위기로 불안해하던 현대 직원들은 27일 일단 안정을 찾기 시작했으나 이날 오후 이헌재 재경부 장관의 경고성 발언이 발표되고 국제 신인도가 많이 하락했을 것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오자 "집안 싸움으로 이미지만 훼손됐다" 며 안타까와 하는 모습이었다.

○…정몽구회장측이 27일 사실상 '백기' 를 든 이유에 대해 구구한 억측이 현대그룹 주변에서 난무.

현대 주변에서는 ▶일부 금융계열사의 자동차그룹 이관 합의 ▶제3자 개입 ▶MK와 MH진영의 새벽 담판 등 갖가지 설(說)들이 난무하고 있으나 그룹측은 "명예회장등 3부자(父子)만이 알 일" 이라며 함구로 일관. '

MK측 관계자는 "다른 기업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현대' 만의 독특한 문화로 이해해 달라" 면서 "91년 '돈 없어서 세금을 못내겠다' 고 했을 때나 92년 정치에 나섰을 때도 모두 명예회장의 결단에 의한 것" 이었다고 회고. '

그는 "명예회장이 결심하면 모든 논쟁은 없었던 것이 되는 풍토가 현대에는 오랫동안 뿌리내려 있다" 면서 "27일 최종결정을 내릴 때까지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어 명예회장이 흔들렸을 뿐" 이라고 말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가회동 새집으로 이사하는 일은 사전에 계획되어 되어 있기는 했었지만 이사 날짜가 갑자기 앞당겨져 전 주인이 하루 밤을 호텔에서 묵었다는 후문.

현대 관계자는 "날짜를 당기면서 전 주인을 시내 모 호텔 스위트 룸에서 묵도록 했으며 이사 비용도 현대가 부담했다" 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 회장측은 27일 성명을 내고 "소모적이고 대립적인 일체의 논쟁을 중단하고자 한다" 고 발표. 정순원 현대자동차 기획조정실장 명의의 성명에서 "현대 경영진 내부에 더이상의 갈등은 없으며 모든 경영진은 안정된 모습으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 고 밝혀 전날과는 1백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분 정리계획은 아직 없으며 ▶현대자동차 계열 분리도 원칙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분쟁의 촛점이었던 금융 부문에 대해 "사실 어려웠던 현대증권은 이익치 회장이 살려놓은 것이나 마찬가지" 라며 "앞으로 금융 부문을 현대의 상당한 주력으로 만들 것" 이라고 말해 정몽헌 회장이 관할할 것임을 시사했다.

○…현대는 정부가 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거론한데 대해 " '빌미' 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용에 오해가 있다" 며 적극 해명하겠다는 입장.

현대 관계자는 "구조조정본부를 지난해 해체한 뒤 현대건설 경영전략팀을 만들어 나머지 구조조정업무를 맡도록 했다" 며 "이번 갈등 과정에서 구조조정본부라는 과거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 경우가 많아 정부측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전경련 등 재계는 현대의 인사 파문과 관련, 정부가 재벌 개혁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이자 긴장. 전경련은 이날 임원회의 등 통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일체의 논평은 내지 않았다.

전경련은 특정 그룹의 내부 문제인만큼 외부에서 거론할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후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7일 성명을 통해 "이번 형제간 싸움이 현대 총수자리 다툼이라는 점은 현대가 겉으로 소그룹 분할을 표방하면서 총수 1인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은연중 드러낸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적 효력이 없는 총수 자리가 여전히 대표이사를 무력화할 수 있는 배후경영의 자리라는 것이 입증된만큼 이런 유령기구를 없애기 위한 법적 장치를 강구하라" 고 정부에 촉구했다.

최준호.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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