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값 인상 행정지도는 적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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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소주 가격 담합을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와 소주업체의 다툼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국세청이 나서면서다. 국세청은 27일 공정위가 의견서 제출을 요청하면 ‘적법한 절차에 의한 행정지도’였다는 의견을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최근 11개 소주업체에 담합 혐의로 총 2263억원의 과징금을 물리는 심사보고서를 업체에 전달했다. 대형 업체의 경우 과징금이 1000억원이 넘는다.

업체들은 “국세청의 행정지도에 의해 가격을 올렸는데 제재를 하는 것은 억울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18일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부 부처가 행정지도를 했다는 이유로 담합에 가담하는 것도 면책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생각이 다르다.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억제한 것은 주세법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는 것이다. 주세법 40조는 ‘국세청장이 가격에 관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세청은 다른 주류에 대해선 가격 통제를 하지 않지만, 소주는 서민 생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후 승인 방식으로 가격 관리를 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물가를 특별 관리했던 52개 생필품에도 소주가 포함돼 있었다.

담합에 대한 시각에도 차이가 있다. 담합은 가격을 높게 매겨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인데, 행정지도로 업체들이 원하는 것보다 낮은 수준에서 가격이 정해진 것을 담합이라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세청과 공정위는 최근 ‘납세필’이란 글자가 새겨진 납세 병마개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차이를 보였다. 공정위는 납세 병마개를 2개 업체에서만 생산하는 것은 독점이라며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세청은 탈세 유혹이 큰 주세 관리를 위해선 완전 자유화는 어렵다며 한 곳 정도를 추가 지정하는 문제만 검토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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