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 기자 베이징 르포] 중국 대륙은 지금 '인터넷 대장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유 하오 롼젠(좋은 소프트웨어 있어요). "

지난 22일 베이징(北京)서부 외곽 중관춘(中關村). '중국의 실리콘밸리' 라 불리는 이곳의 바이이루(白路) 초대형 전자상가 주변에는 늘 1백여명의 호객꾼이 서성거린다. 갓난아이를 업고 있는 한 30대 여인이 '야한' CD를 보여주며 하나 사달라고 졸라댄다.

이 여인을 떨쳐버리자 시골 아낙네처럼 보이는 또 다른 여인이 "더 싸게 주겠다" 며 소매를 끈다.

'당신이 인터넷에서 만나는 새로운 세계, (http://www.sina.com.cn)'

이들 사이로 30층짜리 빌딩에 붙어있는 인터넷 사이트의 대형 광고판이 눈에 띈다. 그 아래 길게 뻗은 10차선 도로엔 소형 입간판이 촘촘하게 늘어서 있다. 대부분 닷컴(. com)광고다.

'(http://www.renren.com)' '(http://www.etang.com)' …. 도로를 가득 메운 버스에도 어김없이 닷컴이 붙어 있다.

12억 인구의 중국 대륙에 '인터넷 바람' 이 불고 있다.

1995년 1만5천명이었던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는 97년 90만명, 98년 2백10만명, 99년엔 8백90만명을 넘어서는 등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이용자가 6개월마다 두배씩 증가해 올 연말에는 3천5백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cn' 도메인 등록수는 4만8천6백95개, 웹사이트 수는 1만5천1백53개(추정치)에 이른다.

인터넷 카페도 천안문 광장 앞을 비롯해 베이징 시내 곳곳에 40~50여개가 성업중이다.

그러나 정식 허가를 받아 영업하는 인터넷 카페와 달리 중국 정부에서 금지하는 유시팅(遊戱廳.PC게임방)은 베이징 시내에만 수만개나 된다.

중관춘의 한 IT업체에 근무하는 청제(程潔.26.여)는 "컴퓨터로 게임만 하는 유시팅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고 정부에서 영업을 못하게 하지만 많은 중.고생들이 이곳에서 스타크래프트 등 네트워크 게임을 즐긴다" 고 말했다.

중국의 인터넷 열풍을 이끌고 가는 원동력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IT 업체의 성공신화. 대표적 IT업체인 롄샹(聯想)과 중화왕(中華網)(http://www.china.com), 또 나스닥(NASDAQ) 상장이 유력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신랑(新浪)(http://www.sina.com).써우후(搜狐)(http://www.sohu.com)가 대표적이다.

컴퓨터 생산능력 2백만대의 롄샹은 시가총액 8백억위안(약 10조4천억원), 신랑.써우후도 1백억위안(약 1조3천억원)을 호가한다.

심지어 일반 '굴뚝' 기업이 인터넷 업체와 제휴만 해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 인 중관춘과 이름이 같은 건설회사 '중관춘' 을 IT업체로 오인한 투자자들 때문에 이 회사의 주가가 5~6배 오르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최대의 무료 e-메일 서비스업체 캐피털온라인(http://www.263.net)의 첸강 마케팅부장은 "중국의 인터넷 붐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2001년께가 되면 상당수 업체가 부도날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면서 "인터넷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규모확장보다 내실을 다져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인터넷 바람이 불자 천안문 사태 등으로 미국에 주저앉았던 중국계 미국인들을 비롯해 대학생과 기자까지 '약속의 땅' 중관춘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와 현재 중관춘에서 창업을 했거나 취업한 사람은 1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인물이 써우후의 장차오양(張朝陽.37). MIT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실리콘밸리를 거쳐 귀국, 포털 사이트 써우후를 창업해 일약 인터넷 영웅으로 떠올랐다.

올 상반기 나스닥 상장에 성공할 경우 1억달러(1천1백억원)를 투자 유치할 전망이다.

인민일보의 류잉(劉潁)기자는 "인터넷 산업이 크게 늘어나면서 인민일보 중국판은 지난해부터 1주일에 한면씩, 해외판은 지난달부터 1주일에 4면씩 IT특집면을 만들고 있다" 며 "중국 대학생뿐 아니라 기자도 미국.한국의 경우처럼 벤처업계로 자리를 옮기는 '벤처 엑소더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국내 업체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털 서비스업체인 인츠닷컴은 지난 22일 중국의 금황원과 합작해 신성시공을 설립하고 중국어 포털사이트 'Z시대(http://www.z000.com.cn)'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소프트넷도 오는 4월 중국 광명그룹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PC방 사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신성시공의 유한영(柳漢英)부사장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미국보다 많아질 것" 이라며 "세계 최대인 중국 시장을 미국.홍콩 기업에 모두 내주지 않으려면 우리 기업도 중국 진출을 바짝 서둘러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