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년 안에 아프간서 철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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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족들과 함께 칠면조를 방생하고 있다. 칠면조 방생은 1947년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백악관 전통 행사다. 이날 방생된 칠면조는 식탁에 오르지 않고 디즈니랜드로 보내질 예정이다. [워싱턴 로이터=뉴시스]

미국이 앞으로 8년 이내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 정부가 아프간 철군 시한을 밝힌 건 처음이다. 미군의 철군 일정은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 내년 4월께 아프간에 지방재건팀(PRT) 요원과 특전사 보호병력 등 400여 명을 보낼 계획이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아프간에서 활동한 지 햇수로 9년째”라며 “추가로 8년이나 9년을 더 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 달 1일 오후 8시(한국시간 2일 오전 10시) 뉴욕주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에서 새 아프간 전략을 발표할 것이란 사실을 전하는 자리에서였다. 로이터는 오바마의 대국민 연설에 구체적인 철군 일정이 포함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미군이 아프간에 시간 제한 없이(open-ended) 주둔하진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군 3만 명 추가 파병할 듯=기브스 대변인은 오바마의 새 아프간 전략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신들은 익명을 요구한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3만 명 안팎의 추가 파병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숫자는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이 요구한 4만 명 이상보다 작은 규모다.

파병 규모가 줄어든 건 막대한 경비 부담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6만80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는 데만 한 해 수백억 달러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추가 파병 시 미군 한 명당 연간 100만 달러(약 11억5000만원)가 더 들어간다. 더구나 내년에는 중간선거가 있다. “정부가 방만한 지출을 하고 있다”고 공격하는 공화당을 상대로 표 대결을 벌여야 한다. 오바마로서는 대규모 추가 파병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브스 대변인이 대통령 연설을 앞두고 철군 얘기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대통령이 발표할 추가 파병 계획이 ‘빨리 전쟁을 끝내고 철군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해 반발을 무마하려는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나토 동맹국에도 1만 명 증파 요청=뉴욕 타임스(NYT)는 파병 규모가 매크리털의 요청보다 작은 것과 관련해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에 1만 명의 병력 증파를 요구해 부족한 숫자를 채우려 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의 기대대로 동맹국들이 추가 파병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25일 “나토 회원국 가운데 10개국이 5000명을 증파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나토 회원국은 추가 파병은커녕 기존 병력마저 빼겠다는 입장이다. 네덜란드·캐나다는 이미 철군 준비를 시작했고, 영국에서조차 국민 70%가 조기 철군을 원하고 있다. 독일·프랑스는 추가 파병을 안 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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