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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55> 아낌없이 주는 마음 … 기부의 모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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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바람이 매섭습니다.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석좌교수이신 신영복 선생은 수필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에 대해 얘기했는데요. 그런 몸과 몸의 비빔, 마음과 마음의 겹침이 간절한 계절입니다. 나의 체온을 상대방에게 주고 상대방의 체온으로 다시 내가 덥혀지는 것, 그것이 바로 기부가 아닐까요. 연말연시를 앞두고 '기부 본능'이 꿈틀대는 독자들께 기부의 모든 것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이진주 기자

“백혈병 소녀 가발 만들어달라” 4년 간 기른 머리카락도 기증하죠

기부가 어렵다는 건 어쩌면 오래된 편견일 수 있겠습니다. 어릴 적 구세군 자선냄비에 주머니 속 동전들을 털어 넣은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텐데요. 당신의 기부인생은 바로 그 순간 시작됐습니다. 세상을 떠난 뒤 막대한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아도 살아있는 동안 당신은 이미 선한 이웃입니다.

신세대들은 기부를 보다 캐주얼하게 생각합니다. 하나의 패션처럼 여기기도 하고요. 1, 2만원이 아니라 100, 200원짜리 도토리·콩이라도 스스럼 없이 기부합니다. 싸이월드나 네이버 같은 사이버 세상의 일이지만요.

트윗도 훌륭한 기부 방법입니다. 트윗나눔(www.twitnanum.org)에선 참여자가 올린 총 트윗수에 1원씩을 곱해 아름다운재단과 굿네이버스에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지요. 친구들의 트위터를 돌며 안부 트윗 한 줄씩만 남겨도…우와! 트윗기부는 이번에 처음 시도되는 거예요. 첨단 커뮤니케이터라면 망설이지 마세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역시 인기입니다. #9544, #9599번으로 문자를 보내면 기아대책 홈페이지로 자동 연결됩니다. 앞번호는 건당 2000원, 긴급구호 상황에 쓰이는 뒷번호는 건당 5000원이 기부되지요. 2004년 말 남아시아를 덮친 대규모 지진해일 사태 당시 프랑스 통신회사들이 개발해 전 세계로 확산됐답니다.

‘하트콘’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굿네이버스 홈페이지에서 파리바게뜨 케이크나 스타벅스 커피 아이콘을 친구의 휴대전화로 보내면 수익금 일부가 기부되는 방식이에요. 하트콘을 받은 사람은 가까운 매장에서 제품으로 교환하면 된답니다. 택배보다 빠르죠?

바야흐로 언제 어디서든 기부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기부시대’가 열렸답니다.

유비쿼터스 기부시대, 언제 어디서든

그런데도 기부가 멀게만 느껴지신다고요? 그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아름다운재단처럼 널리 알려진 종합모금 사이트부터 방문해 보세요.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펀드를 모아 여러 구호기관과 복지단체에 나눠줍니다. 아름다운재단에는 120여 개 프로그램이 있어 골라 기부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기부의 대상과 목적이 분명하다면 특화단체 후원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어린이 지원사업이라도 북한 어린이에게 사랑의 죽·사랑의 빵 먹이기(기아대책), 한국인 아버지들에게 버림받은 필리핀 ‘코피노(Kophino)’ 어린이 돕기(세계재난구호회), 인도 불가촉 천민 계급 어린이 교육 지원(한국JTS)처럼 세분화돼 있거든요.

국내외 어린이들과 일대일 결연을 맺고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일도 보람됩니다. 대부분의 구호단체에 어린이 결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한 달에 3만~4만원이면 세계 각지의 어려운 아이들이 세 끼 밥 챙겨먹고 학교에 다닐 수 있답니다. 밥 투정 하고 공부 안 하는 자녀들 때문에 속상하시다고요? 결연아동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프리카 형아는 밥이 없어서 못 먹는대.” “베트남 언니는 학교에 가고 싶어서 울어.” 한 말씀만 하시면, 장담컨대 우리 아이가 달라집니다! 겨울방학 때 아이들과 함께 후원 아동이 사는 나라로 봉사여행을 다녀오면 어떨까요?

쿠킹클래스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답니다. 28일 CJ제일제당에서 운영하는 가족 쿠킹클래스에 등록하세요. 아이들과 직접 만든 과자는 복지시설로 보내고, 참여 학생들에겐 봉사 인증서가 주어집니다. 몇 달 전 1회성 이벤트로 기획됐는데 반응이 좋아 내년부터 상설 운영된답니다.

무엇이든 기부하세요

이화여대 통계학과 1학년 양진영(19)씨는 얼마 전 ‘허리까지 내려오는 까만 생머리’를 싹뚝 잘랐습니다. 긴 머리타래를 흐트러지지 않게 고무줄로 묶고 비닐팩에 넣어 밀봉한 뒤 날개달기운동본부로 보냈죠. 얼굴을 모르는 백혈병 소녀에게 가발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중학생 시절 모발기증에 대해 처음 알게 된 뒤 4년 동안 파마도 염색도 하지 않았다고 해요. 수험생에게 치렁치렁한 머리가 얼마나 불편했겠어요. 대학 새내기가 돼선 또 얼마나 멋 부리고 싶었겠어요. 그러나 건강한 머리카락을 주고 싶어서 꾹 참았답니다.

알고 보니 양씨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표창 등 굵직한 선행상을 여럿 받은 ‘봉사의 달인’이래요. 대한민국인재상 선정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고 제주과학고를 조기 졸업한 수재이기도 하고요. 어릴 때부터 나눔에 익숙해지면 심장도 뇌도 건강해지나 봐요.

날개달기에선 이렇게 모인 25㎝ 이상의 긴 머리 2~3인분을 묶어 가발업체 하이모로 보냅니다. 업체는 수십만~수백만원 상당의 가발을 무료로 제작해 항암치료를 받는 어린이들에게 전달합니다. 이 덕분에 투병 과정에서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아이들이 밝은 얼굴로 치료받게 됐답니다. 장기기증이나 헌혈에 두려움을 갖고 계신 분이라도 참여하실 수 있어요.

돈이나 몸 대신 솜씨와 시간을 기부할 수도 있답니다. 손재주가 좋은 분들은 유니세프 ‘아우(awoo)’ 인형을 만들어 보세요. 홈페이지에서 패턴을 내려받은 뒤 원하는 피부색 헝겊으로 재단하고 개성을 담은 옷을 입힙니다. 출생증명서까지 붙여 유니세프로 보내면 홈페이지를 통해 2만원씩에 판매돼 각 가정에 ‘입양’됩니다.

목소리가 좋으시다면 동네 시각장애인복지관에 들러보세요. 직접 녹음한 테이프 교재들이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겁니다.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목소리를 기부하면 석 달 뒤에는 두꺼운 교재 하나를 뗄 수 있답니다. 글씨를 예쁘게 쓰는 분은 후원자들에게 감사편지를 쓰는 일에 동참할 수 있고요. 어떤 재능이라도 다 귀하게 쓰입니다.

다른 재주는 없지만 동전 세는 속도 하나는 기가 막히시다고요? 저금통 모금을 하는 거의 모든 단체에 당신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연말에 한꺼번에 저금통을 뜯으면 일손이 정말 달리거든요.

저축·보험·쇼핑 연계, 기부도 ‘에지’ 있게

생활 속 참여방법도 찾아볼까요? 저축·보험과 연계된 기부상품이 여럿 나와 있습니다. 매월 이자 중 1004원을 기부하면 은행도 같은 금액을 매칭해 기부하는 예금이 눈에 띄네요. 여기에는 0.05% 특별금리가 더 붙습니다. 토마토저축은행에서 나온 연말 한정 상품이에요.

더 나이 들기 전에 보험에 가입할 계획이시라면, 선진국형 종신보험(ING생명·메트라이프·대한생명·교보생명·삼성생명)을 추천합니다. 살아있을 때는 다른 보험과 똑같은 혜택을 누리고 사후에는 사망보험금을 본인 이름으로 지정한 단체에 기부할 수 있어요. 동양생명에선 가입 시 소아암 환자에게 1004원을 지원하는 아이들 보험을 내놨습니다. 현대홈쇼핑에서는 보험접수 1건당 2000원씩 적립해 1억원을 조성하는 후원방송을 진행 중이고요.

신용카드를 사용하신다면 그동안 쌓아둔 포인트를 기부하세요. 현금처럼 연말정산 혜택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카드회사 홈페이지에서 포인트기부 코너를 클릭하면 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년 1000억원 상당의 포인트가 유효기간이 지나 사라진대요. 금감원에선 소멸 예정 포인트를 자동기부하는 방법을 권고하기도 했고요. 참, 국민카드와 삼성카드는 기부전용카드를 내놨답니다.

기업 이벤트 방식도 진화하고 있네요. 매일유업에선 김연아 선수의 그랑프리 7연승을 기념해 김 선수가 광고하는 유제품 판매수익금의 1%를 기부합니다. 롯데쇼핑과 사랑의 온도계는 얼마 전 댓글 5개가 달릴 때마다 사료 1포대씩 구입해 유기동물들에게 보내는 이벤트로 큰 호응을 얻었지요.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입할 계획이라면 처음부터 기부를 위해 기획된 자선상품은 어떠세요? 착한 물건이라고 디자인을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월드비전과 GS칼텍스가 함께 만드는 ‘나눔’ 시리즈는 다르거든요. 이노디자인에서 디자인을 기부한 십자가형 USB, KAIST 디자인학부가 고안한 큐브형 MP3 등 매년 ‘완판’된 기록을 갖고 있답니다. 쉿! 이건 비밀인데요, 이번 연말엔 KAIST 디자인학부와 함께 ‘허티(Heartea)’라는 텀블러를 내놓을 예정이래요. 일반적인 보온컵을 뛰어넘는 어떤 미덕을 갖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유니세프의 크리스마스 카드는 피카소·샤갈·미로 등 유명 아티스트의 그림으로 유명하지요. 우리 작가론 김기창·김환기·김영철 선생의 작품이 실렸고요. 해마다 카드를 모으는 매니어들이 있을 정도죠. 유니세프 카드는 옛 체코슬로바키아 후원아동이었던 ‘지트카’라는 소녀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올해로 60주년이 됐답니다. 그 기념으로 카드 구매자 중 5명을 추첨해 배우 이병헌(유니세프 특별대표)씨의 사인이 담긴 후드티셔츠를 준대요. ‘에지’ 넘치는 선물이죠?

참, 이 뉴스클립을 통해서도 기부에 참여할 수 있어요. 바로 조인스닷컴이 시작한 ‘뉴스기부’인데요, 홈페이지(goodhttps://www.joongang.co.kr)에서 훈훈한 뉴스를 이웃에게 전송하면 한국암웨이가 건당 1000원씩 기부해 5000만원 기금을 만듭니다. 좋은 뉴스에 목말라 있는 분들에게 미담도 전하고 기부도 하고 선물도 받아가세요. 올겨울은 어쩐지 따뜻할 것 같은데요!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위키(wiki)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e-메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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