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추승균, 현대 챔프전 진출 숨은공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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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가장 승부욕이 강한 농구 선수는 누굴까. 허재(삼보)나 서장훈(SK)을 생각하기 쉽지만 더 독한 선수가 있다.

또 가장 수비가 강한 선수는 누구일까. 이지승(현대).김택훈(삼성)이 먼저 떠오르지만 훨씬 더 낙지같은 수비수가 있다. 바로 추승균(현대)이다.

추승균은 지난 21일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 SBS의 퀸시 브루어를 4득점으로 틀어막고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됐다.

추는 이날 상대의 패스루트를 읽고 볼투입을 원천적으로 저지하는 지능적인 수비, 휘슬을 불어야 되나 말아야 하나 심판을 망설이게 하는 터프한 몸싸움으로 브루어를 봉쇄했다.

브루어는 몸싸움에 시달리다 육체적 균형감각을 잃고 야투 11개 중 2개만을 성공시켰고 심리적 균형마저 상실해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했다.

추승균이 잡는 선수는 브루어뿐이 아니다. 문경은(삼성).김영만(기아).양희승(LG).현주엽(골드뱅크)등 덩치 큰 국내선수와 하니발(SK).윌리엄스(신세기) 등 외국인까지도 그의 몫이다.

프로에 입단한 이래 상대팀 주득점원이나 외국인선수를 잡는 것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에 추는 "그게 더 편하다" 고 한다.

특히 스타일이 비슷한 김영만과의 대결은 근래 프로농구에서 가장 흥미있는 매치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추는 기록상으로는 근소하게 뒤지지만 김영만을 가장 효과적으로 봉쇄하면서 팀을 2연속 우승으로 이끌었다.

추승균은 경기 전 승부욕을 고조시키기 위해 상대팀 선수들과 인사도 하지 않는다. 대학 시절 끈끈한 동료애를 다졌던 한양대 선후배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이길 수만 있다면 버릇없다는 이야기도 개의치 않는다. 정에 약해져 제대로 수비를 못해 패하느니 욕을 먹더라도 깨끗이 승리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다.

특히 경기 중 성난 황소같은 그의 인상은 상대선수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기까지 한다.

추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평균 14득점에 2.6리바운드, 1.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수비부담이 배가된 플레이오프에서도 평균 15득점을 올렸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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