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차 위반 미군 96%가 '줄행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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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용산 미8군 주변에 불법 주·정차를 했다가 적발된 주한미군의 96%가 과태료를 내지 않고 미국으로 줄행랑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서울 용산구에 따르면 1994∼99년 미군소유 차량(군용 제외)이 주정차 위반으로 적발된 것은 9천1백여건에 이른다.

그러나 이 가운데 과태료를 낸 것은 3백90건(4%)에 불과하다.미군이 과태료 3억8천여만원중 3억7천여만원을 떼먹은 셈이다.

이는 ‘한국에서 미군 지위에 관한 협정(SOFA)’규정상 강제 집행을 할 수 없는 점을 이용해 미군들이 과태료 납부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

일부 미군들은 고지서를 ‘한국방문 기념품’이라며 미국으로 가져가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 용산구측 얘기다.

‘위반해도 그만’이라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미군들의 불법 주차도 증가하고 있다.97·98년 각각 1천여건에 불과했던 미군 차량 적발건수가 지난해에는 3천여건으로 늘어났다.

용산·의정부 등 한강북쪽 미군부대의 등록차량이 6천3백여대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정도가 위반을 하고 있는 셈.

이에따라 용산구는 23일 열리는 한미협의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미군측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또 “한국어를 몰라 고지서 내용을 알 수 없었다”는 핑계를 원천봉쇄하기위해 단속 스티커와 고지서를 영문으로 작성키로 했다.

성장현(成章鉉)용산구청장은 “93년까지는 미군 차량에 대한 주차단속이 아예 없었을 정도로 미군들이 특권을 누려왔다”며“미군 영내 신문에 안내문을 게재하도록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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