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4월 1일 '태조 왕건' 첫 방송… 고려시대 재현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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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살았는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나는 여태껏 조선시대만 봐서…. " (한 시청자가 KBS '태조 왕건' 사이트에 띄운 메일)

방송 사상 첫 고려시대 대하사극인 '태조 왕건' (KBS1.4월 1일 첫 방송)의 제작진은 극중 인물들이 입을 옷과 소품을 마련하는 데 가장 힘들어한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고려시대 유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유물이 많이 전해오는 조선시대 사극만 만들어오던 방송사로서는 모든 것을 창조해야 하는 고려시대 드라마는 '버거운 도전' 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일반 드라마의 네배에 달하는 주연급 50여명이 입을 의상. 올해 80세인 한국복식사 전문가 유희경씨가 이끄는 복식문화연구원의 열두 회원이 총출동해 당시 의상을 재현하고 있다.

한국복식학회장.석주선 기념 민속박물관장 등이 참가했으며 유여사는 중국까지 방문해 통일신라 말기 의상에 영향을 미쳤을 당나라 중기 의상 자료를 구했다.

이들은 1998년말부터 1년 4개월째 작업을 벌여오며 통일신라의 왕 의복에서부터 후백제 고려 백성의 의상까지 5천4백여 종의 의상을 재현했다.

갑옷 전문가인 이강칠씨는 초경량 알루미늄으로 당시 갑옷 재현에 성공, 연기자들이 불편을 덜게 됐다.

KBS디자인실 유수정씨는 "통일신라시대와 고려 초기 의상은 옷고름 여미는 법부터 생김새까지 모든 것이 조선의 옷과 다르다.

중국의 자료와 국내에 얼마 안되는 비석.석상 등에 새겨진 당시 의상을 바탕으로 유추해 만들었다" 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들 태조 왕건과 태조비의 왕관도 조선시대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중국의 영향이 강한 면류관 대신 우리 고유의 전통이 서린 황금보관을 썼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 고증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가지 다행한 것은 90년대 초반 방송된 삼국시대 배경 드라마 '삼국기' 에서 쓰인 의상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 서민들의 복장은 통일신라시대 말기에서 고려 초까지 그리 변하지않아 그대로 쓴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의상에 소요되는 미술비만 회당 2백만원에 달하며 문경새재를 비롯한 네군데 야외세트 운영비 등을 합치면 한 회 제작비는 7천만원 선에 이른다.

야외세트 2만평 부지에 세워진 고려궁.기와집.초가 등 97동의 건물 역시 고건축 전문가의 고증과 고려사 등의 자료에 근거해 만들어져 고려시대 건축물을 본 적이 없는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용의 눈물' 이래 2년만에 '태조 왕건' 으로 컴백하는 작가 이환경 역시 중국.대만 등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했고 북한 관련자료도 구입해 정확한 재현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는 고려사 관련 연구 논문만 5백편을 구해 독파했다.

그는 "왕건은 한국인의 기개와 자주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런 만큼 리얼리즘에 소홀할 수 없다.

옷 하나, 소품 하나가 그 시대의 사상과 정서를 되살리는 사료가 되는 만큼 제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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