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의 대만] 3.對中 경제 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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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타이베이〓진세근 특파원]대만의 정권 교체로 양안(兩岸)간의 경제교류는 어떻게 될까. 단기적으론 누구도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다.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당선자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의 흐름도 한결 신중해진 것 같다. 그러나 장기 전망은 오히려 밝다는 게 중론이다.

陳후보의 당선을 계기로 중국.대만.싱가포르.홍콩을 묶는, 이른바 '대중화경제권(GCEZ)' 의 결성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만 경제계는 그동안 국민당 정부가 양안간 경제교류를 제한한 것에 큰 불만을 품어왔다. 새 정부는 업계의 요구를 더 이상 억누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진출한 대만상인들의 모임인 대상기업협의회(臺商企業協議會)의 린칭후이(林慶輝)명예회장은 8일 타이베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안간 직항(直航) 허용▶대만 은행의 대륙 내 영업 허가▶중국에서 획득한 사업자격증 공인 등 일곱가지를 정치권에 요구했다.

중국은 대만인들에게 더없이 사업하기 좋은 곳이다. 언어.문화가 같은데다 생산 코스트도 낮다. 게다가 모든 국가들이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 경쟁은 날로 치열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양안 경제교류에 계속 족쇄를 채운다면 대만의 미래는 없다는 게 대만 기업인들의 생각이다.

중국과 대만은 올해 안에 세계무역기구(WTO)에 동시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중국과 대만은 싫든 좋든 국제적 룰(규정)에 따라 서로를 개방할 수밖에 없다. 국제경제의 룰에 따르면 제한은 곧 '반칙' 이다.

역설적이지만 민진당의 '대만 독립(臺獨)' 정책도 양안간 경제교류를 촉진하는 배경이다. 민진당이 창당의 기반인 '독립' 이라는 주장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독립 쟁취' 에 골몰하기도 어렵다. 독립 추진과 양안 긴장은 동의어다.

따라서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양안간 경제교류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진당이 4년 뒤에 정권을 재창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陳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 18일 밤 중국 충칭(重慶)대학에서, 다음날인 19일에는 상하이(上海)교통대.창춘(長春)의 둥베이(東北)사범대.광저우(廣州)의 중산(中山)대 등 대륙 전역의 대학에서 '조국통일전쟁촉구 결의대회' 가 열렸다. 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인들에 대한 테러와 협박이 늘고 있다.

중국 공안이 특별보호에 나섰다. 중국 내 대만 기업인들이 마치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 피폭 후의 '중국 내 미국인' 같은 신세가 됐다.

만일 이런 상황이 민진당 집권 기간 내내 유지된다면 대만 경제는 파탄이다. 중국 시장이 없다면 아무리 탄탄한 대만 경제라도 견디기 어렵다. 대만은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1백55억8천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 돈을 빼면 대만의 무역수지는 당장 적자로 돌아선다.

대만 경제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만의 해외투자 총액 3백61억달러 가운데 40%가 중국에 몰려 있다. 동남아(15%)나 미국(12%)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베이징 당국이 내놓은 수치는 더 높다. 중국내 4만4천여개 프로젝트에 모두 2백40억달러의 대만 자본이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결론은 '독립 원칙을 유지하는 대신 경제교류의 물꼬는 활짝 터주는 것' 으로 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집권기간에 민심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陳당선자도 누차 대륙투자금액과 투자분야를 제한한 국민당 정권의 '계급용인(戒急用忍)정책' 을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대륙인들의 대만 증시 진출도 허가하겠다" 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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