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력발전소 지으려 산 하나를 폭파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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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순 북한 외무상은 빌 라멜 영국 외무차관에게 지난 9일 발생한 양강도 폭발은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산 하나를 폭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13일 BBC가 보도했다.

백 외무상의 발언은 라멜 차관의 정보 제공 요청에 의한 북측의 답변이며 이번 폭발 사건에 대한 북한 최초의 공식 언급이다.

라멜 외무차관은 백 외무상과 회담한 뒤 "서방 외교관이 폭발 현장을 방문해 직접 확인하게 해달라"고 북한의 궁석웅 외무부 부상에게 요청해 승낙을 받았다고 로이터통신 등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북한 주재 영국 대사 데이비드 슬린이 이르면 화요일 양강도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영국과 북한은 2000년 12월 대사급 외교 관계를 수립했으며 라멜 차관은 지난 11일부터 평양을 방문 중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 외무상이 평양을 공식 방문 중인 영국의 차관급 인사에게 외교적 부담을 무릅쓰고 거짓 언급을 했을까 하는 점은 의문"이라며 "사고보다는 북측 설명과 가까운 수준의 폭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보를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산 하나를 파괴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동영 국가안전보장회의(NSC)상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에 참석해 "폭파 지역이 수력발전소 건설 지역인지 각종 자료를 놓고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 9일 오전엔 한반도 일대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양강도 상공에 나타난 구름이 폭발사고에 의한 것인지, 다른 현상에 의한 것인지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체적으로 크게 우려할 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오후 이해찬 국무총리를 면담한 자리에서 양강도 폭발사고는 "북핵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외진 곳에서 일어난 단순사고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서울=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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