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일본 교토 헤이안신궁 태평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2001년 12월 23일 아키히토 일왕은 “간무(桓武·781~806)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는 것이 『속일본기』에 기록돼 있기 때문에 나 자신은 한국과의 혈연을 느끼고 있다”며 한국과의 혈연을 인정했습니다. 사실은 간무 천황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 고닌(光仁) 천황도 백제 성왕의 손자였습니다.

간무 천황은 혼란했던 일본을 강력한 통치력으로 안정시키고, 훌륭한 치적을 남겼습니다. 도읍을 헤이안(平安·교토)으로 옮기고, 신사를 지어 백제 성왕·비류왕·초고왕을 모시고 제사를 지냈습니다.

헤이안 천도 1100주년이던 1895년 일본은 간무 천황을 일본 문화의 국조신으로 모시기 위해 헤이안신궁(平安神宮)을 세웠습니다. 일본에서 제일 큰 도리이(鳥居:신사나 신성한 곳의 입구에 세우는 일종의 문)를 세우고, 외배전 좌우 행랑 끝에 아름다운 다층 누각을 붙였습니다. 신궁을 둘러싼 정원은 그 규모가 엄청납니다. 남신원에서 시작해 서신원·중신원을 거쳐 동신원에서 끝나는 정원에는 일본 정원의 진수가 몽땅 담겨 있습니다. 남신원은 봄 벚꽃으로 알아주고, 서신원은 꽃창포를, 중신원은 가을 단풍과 멋진 징검다리의 어울림을, 동신원에는 태평각의 설경을 절경으로 손꼽습니다.

동신원 큰 연못을 가로지르는 태평각은 헤이안신궁의 백미입니다. 동심원 큰 연못에 장주석을 세우고, 그 위에 지은 좌우 긴 익랑이 딸린 정자형 다리입니다. 중심 건물 지붕 위에는 봉황이 나래를 펴고 막 날아오르려 합니다. 목조 건축의 천국이라는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명작입니다.

김영택 화백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