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출산율 세계 최저…앞으로 어떤 문제 생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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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인력이었다. 그러나 최근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어서 성장 동력이 약화될 위기에 처했다. [중앙포토]

우리나라의 여성들은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다.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고 있다는 얘기다.

아기를 낳지 않으려는 원인과 인구 고령화가 빚는 경제.사회 전반의 문제점 및 대책 등을 공부한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03년 출생.사망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기 수는 49만3500명. 1970년 통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적다.

출산율(15~49세의 가임여성이 낳는 평균 자녀 수)은 1.19로 2002년의 1.17보다 조금 높아졌다. 그러나 가임여성이 줄어든 바람에 신생아 수는 오히려 1100명이 감소한 것이다. 10년 전인 93년만 해도 72만4000명이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60년대 여섯명이었다. 가족계획 사업이 본격화하며 83년엔 2.1명(일정 시점의 인구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까지 뚝 떨어지더니 급기야 세계 최저 수준까지 곤두박질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지금처럼 낮을 경우 우리 인구는 2017년쯤 정점(4925만명)에 올랐다가 2050년 4046만명, 2100년엔 1621만명으로 크게 줄어든다고 한다.

◆ 아기 왜 안 낳나=70~80년대의 출산율 감소는 정부 주도의 가족계획에서 비롯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엔 여러 가지 사회적 상황이 반영됐다.

근본적으론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며 일손으로서의 자녀 수요가 줄었다. 노후보장 역할을 했던 효(孝)문화의 퇴색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져 결혼 뒤에도 일자리를 가지려 하지만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제도가 제대로 보장이 안되는 탓도 크다. 자녀를 마음 놓고 맡길 보육시설도 부족하다.

양육비와 막대한 사교육비도 출산 기피를 불렀다. 직장과 가정 일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의 부담과 집값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 아기를 안 낳으면=출산율이 낮으면 15~64세의 경제 활동 인구가 줄고 고령층은 늘어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 성장 동력이 약해져 경제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성장이 안되면 나눠 가질 몫이 준다. 그러면 복지대책을 요구하는 고령층과 책임져야 하는 젊은층 간의 갈등이 생긴다.

우리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들어갔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유엔의 기준인 7%를 넘어선 것이다.

2026년엔 초고령 사회(20% 이상)로 진입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열명의 젊은이가 노인 한명을 부양하지만 2050년엔 일곱명이 한명을 먹여살려야 하고, 2100년엔 일대일이 된다.

실제로 정부는 저출산과 고령화 때문에 2000~2050년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9%(현재 5% 정도)로 내다보고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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