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 "튀고 보자" 공약 세일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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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의 1백대 총선공약 발표를 시작으로 1여3야가 유권자의 구미를 자극할 공약 상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경제 재도약' (민주당), 'DJ정권 심판' (한나라당), '신 보수대통합' (자민련), '정당 1인지배 타파' (민국당) 등 대부분 정당 브랜드(상표)에 맞춘 기획상품인 게 특징이다. 반면 4월 13일까지의 납품 시한에 쫓긴데다 허겁지겁 고객 시선 끌기에만 급급, 포장만 분홍색인 불량상품도 적잖이 눈에 띈다.

◇ 당 이미지 맞춘 공약 세일즈〓민주당은 1백대 공약 중 절반인 49개를 경제.정보통신.농수산.건설교통 등 경제분야에 할애했다.

'국민소득 1만3천달러, 외환보유액 1천억 달러' '코스닥.거래소시장의 균형발전' '벤처기업 1조원 투자' 등 안정희구 심리를 자극할 공약이 주력상품. 전통적 지지표라고 여겨온 서민.젊은층을 겨냥해 '4인 가족 최저 생계비 92만8천원' '청년 실업률 절반(7%)으로 감소' 도 끼워넣었다.

김원길(金元吉)정책위원장은 "경제가 안정될 경우 실현 가능한 것들" 이라고 주장. 한나라당은 DJ정권 견제.보완에 무게를 두었다.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공약으로 자연스레 '실정(失政)' 을 부각한다는 의도다.

국가부채 감축 특별조치법.관치금융 청산 특별법 제정 등이 그런 맥락. "IMF체제로 몰락한 중산층을 재건하겠다" 고 내놓은 교육비 1백% 소득공제, 비정규직 동등 대우는 '빈부차' 불만에 초점을 맞춘 것. 국회를 국정운영의 중심으로 하겠다는 공약은 견제론의 핵심. 한나라당은 특히 "1956~65년생인 모래시계 세대는 국민연금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뒤 정작 노인이 되면 기금이 고갈될 것" 이라며 "국민연금 보완" 도 강조.

자민련은 '사정거리 8백㎞ 미사일 개발' '평화적 핵주권 확보' '국가보안법 개정 반대' 등 보수층을 주소비층으로 하는 차별화 공약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민국당은 '공직 후보자 예비 경선제' 도입 등 정치개혁 공약을 집중 부각해 공천 전횡의 피해자임을 은근히 부각하고 있다.

◇ 유권자 끌기용 장밋빛 공약〓 "명절 귀향시간 절반 단축" (민주당), "명절 때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한나라당), "출퇴근 시간 절반 단축" (자민련)은 대표적 전시용 상품으로 손꼽혔다.

"암.고혈압.당뇨병.간염은 정부가 진단.치료과정까지 관리한다" 는 민주당의 질병 국가관리제도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가는 공약. 농어가 부채 경감을 위해 8조원을 투입하겠다는 한나라당 공약은 예산을 고려치 않은 전형적 야당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자민련은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희한한 공약도 냈다.

최훈.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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