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댄 브라운 “내 소설은 비주얼 … 쓰고 나면 영화의 느낌이 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댄 브라운은 “내 소설적 성공은 행운이긴 하지만 노력도 할 만큼 했다”고 했다. 그는 “신작 『로스트 심벌』을 쓰는 5~6년 동안 일주일에 7일, 매일 아침 오전 4시에 일어나 길게는 낮 12시까지 글을 쓰는 강행군을 했다”고 밝혔다. [문학수첩 제공]

2003년 출간 이후 전세계적으로 8000만 부가 넘게 팔린 블록버스터 장편소설 『다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45)을 만났다. 로버트 랭던 하버드대 종교기호학과 교수가 해결사로 나오는 신간 『로스트 심벌』(1·2권, 문학수첩)의 국내 출간에 맞춰서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최고의 명문 사립고 중 하나인 뉴햄프셔주의 필립스 엑세터 아카데미. 이 학교를 졸업했을 뿐 아니라 작가가 되기 전 영어교사로도 일했던 댄 브라운은 학교 도서관에서 취재진을 맞았다.

그에게선 소신 어린 결단과 각고의 노력 끝에 대성공을 거둔 사람 특유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음악을 하던 젊은 시절 한국을 방문한 사연, 자신의 문학세계 등을 찬찬히 밝혔다. 특히 그는 1983년 한국 방문 당시 뜻도 모르고 즐겨 불렀다는 아리랑의 음조·가사를 정확히 기억했다. 한 구절 직접 부르기도 했다. 기자가 ‘이별노래(breakup song)’라고 설명하자 “놀리는 거 아니냐(You’re kidding)”며 놀라워했다.

“『다빈치 코드』 같은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독자가 1만 명에 불과한 노벨상 작가보다 상을 못 받더라도 1억 명이 읽어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독자와의 소통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장르작가 특유의 자의식이 보였다. 하지만 그는 “기회가 닿는다면 문학성 높은 작품도 쓰고 싶다”고 했다.

-『다빈치 코드』 이후 신작이 나오는데 6년이나 걸렸다.

“집필을 위한 리서치가 어려웠다. 2년쯤 걸린 것 같다. 자료조사차 여행도 숱하게 다녔다. 『로스트 심벌』의 주요 소재 중 하나는 고도로 집중된 인간의 마음이 집단적으로 작용하면 물질계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할 수 있음을 증명하려는 ‘노에틱 사이언스(noetic science)’다. 『천사와 악마』 집필 당시 막 싹튼 분야여서 언젠가 소설에 써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얘기가 나올 만큼 과학적 진전이 이뤄지는 데 10년이 걸렸다.”

소설로 ‘떼돈’(『다빈치 코드』의 인세 수입은 3400억 원쯤인 것으로 추산된다)을 벌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6년을 공들인 만큼 『로스트 심벌』은 제법 완성도가 높다. 소설은 노에틱 사이언스뿐 아니라 ‘세계를 움직이는 실력자들의 비밀결사’로 알려진 프리메이슨의 세계도 집중 조명한다.

조지 워싱턴 등 미국 건국의 주역들이 사실은 프리메이슨 회원이었고 이들이 조직의 철학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를 설계했기 때문에 도시 어딘가에 인류 전체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지식의 저장소가 숨겨져 있다는 게 소설의 설정이다. 이 장소를 선점해 신으로 거듭나려는 악인 말라크에 랭던이 맞서고 미모의 여과학자 캐서린 솔로몬이 랭던을 돕는다. 추리·스릴러 외에 판타지·멜로 코드도 있다. 무엇보다 소설 막바지 랭던과 캐서린이 죽음의 문턱에 몰리는 장면이 일품이다. 『다빈치 코드』만큼 이야기 구조가 선명치는 않아도 종교·자연과학 등 교양지식, 복잡한 사건의 인과 등 읽을 거리는 풍부해진 느낌이다.

-당신의 소설은 영화 같다.

“나는 시간의 99%를 소설에, 1%를 소설의 영화 관련 작업에 투자한다. 책을 쓰고 나면 ‘이 부분은 훌륭한 영화 장면으로 옮겨지겠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독자들이 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비주얼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짧은 장(chapter)들을 통해 사건의 시간적 전후 관계, 동시에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여줘서 더 그런 것 같다.”

-스스로 어떤 장르의 작가라 생각하나.

“새로운 장르라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스릴러이면서 역사를 담고 있다. 『로스트 심볼』은 철학적인 내용도 담았다. 그런 면에서 매우 현대적인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움베르토 에코와 비교하는 분들이 있는데 내 소설이 더 쉽다.”

-당신 소설에서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소설 속 모든 과학적 지식은 사실이다. 해골에 포도주를 담아 마시는 프리메이슨의 의례도 마찬가지다. 다만 피터 솔로몬 같은 인물, 가족사는 허구다. 나는 소설보다 실제 세계를 좋아한다.”

-한국과의 인연은.

“엠허스트 대학에서 영어와 음악을 공부했다. 1학년 때 연주단에 속해 여러 나라를 다녔는데 서울에 4, 5일 머물렀다. 한국 작가 작품도 읽었을 텐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중에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어떤 평론가 말대로 나는 문학성 뛰어난 포크너 같은 작가는 아니다. 내 작업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취향 차이는 글쓰기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보스턴=신준봉 기자

◆댄 브라운=1964년 영국 태생. 미국 동부의 명문고 필립스 엑세터 아카데미, 로버트 프로스트를 배출한 엠허스트대를 졸업했다. 세 장의 음반을 내는 등 음악인의 길을 걷다가 1998년 데뷔작 『디지털 포트리스』를 발표하며 전업작가로 나선다. 예수가 마리아와 부부 사이였다는 파격적인 내용의 『다빈치 코드』, 과학자들의 비밀결사인 ‘일루미나티’가 교회를 상대로 벌이는 복수극을 다룬 『천사와 악마』 를 내며 세계적 흥행 작가로 떠올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