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하구 생태계 조사나선 우석대 야생생물연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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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환경오염으로 철새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새들이 떠난 자리서는 결국 인간도 살 수 없게 되지 않겠습니까. "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우석대 재학생 30여명으로 구성된 야생생물연구회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동안 8차례에 걸쳐 금강 하구둑에서 생태계 조사 활동을 벌였다. 유네스코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최근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로 각광받는 이곳에 몰려드는 댕기흰죽지.고니.개리.혹부리오리.흰뺨검둥오리 등 이름조차 생소한 철새들의 모습을 카메라 렌즈에 담는 한편 깃털.부리의 모습, 암수의 특징도 자세히 기록했다.

이를위해 회원들은 추위속에서 언손을 불어가며 몇시간씩 관찰경(텔리스코프)을 조정하고 들여다 봐야만 했다.

이와 함께 곳곳에 철새의 먹이도 뿌려주고 갈대숲 주변에 널린 그물조각이며 농약병을 제거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대부분 회원들은 자신들의 키보다 큰 갈대숲을 헤치고 다니다 웅덩이에 발이 빠지고 바지까지 젖어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을 실망시킨 것은 이런 작은 불편보다 주변사람들의 몰지각한 행태다.

"철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거나 찍겠다며 일부러 자동차 경적을 울리거나 돌을 던지는 사람들을 볼 때면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

또 군산시가 추진중인 전망대 위락시설에 대한 걱정도 많다. 대규모 공사를 시작하게 되면 소음이 발생하고 오폐수 유출이 불가피해질텐데 그럴 경우 철새들이 이곳을 떠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986년 만들어진 야생생물연구회는 한달에 두번씩 우리 주변 곤충.식물.물고기 채집활동을 벌여 매년 한차례씩 전시회를 열고 있다.

특히 이들은 2년전 국내에 서식하는 구렁이.살모사.유혈목이.누룩뱀 등 모든 뱀종류의 사진과 특징과 형태 등 자료를 담은 홈페이지(http://home.netple.net:8080-L2912210)를 국내 처음으로 개설하기도 했다.

회장을 맡고 있는 이윤수(李倫守.26.생물공학4)씨는 "우리 후손들도 겨울 철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동식물 서식환경 파괴를 막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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