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민간위성 사진 판독해 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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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에서 둘째)이 12일 북한을 방문 중인 리창춘(왼쪽에서 넷째)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한 당정 대표단을 접견하고 있다. [평양=연합]

북한 양강도 폭발사고는 한국 측이 계약.의뢰한 서방의 민간 상업위성을 통해 우리 측이 독자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과 미국이 관련 정보를 교류하기 전에 이뤄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2일 "한국 측이 계약한 이 위성은 한반도 관련 사진이 촬영되면 즉각 우리 측에 전송하며 해상도가 높다"면서 "폭발 위성사진은 9일 오전 11시쯤 우리 측에 보내졌고, 이에 대한 판독은 우리가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위성사진에 나타난 현장은 짙은 구름에 가려져 있어 판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가 별도로 파악한 리히터 규모 2.6의 진동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처럼 발생 사실을 자체 파악한 뒤 미국 측에 사건 분석 등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현장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려면 많은 위성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에 따라 현장의 다른 위성사진들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름 때문에 미국도 사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2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폭발 사건 원인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배경이다.

우리의 정찰 비행기가 원거리 레이더망 등을 통해 영상정보를 확보하는 방법도 있으나 정보수집 능력이 청천강 이남에만 그쳐 이번 경우엔 활용되지 않았을 것으로 군 관계자는 관측했다.

폭발 상황은 정보가 확보된 즉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그러나 그 후의 상황 파악은 더디게 진행됐다. 고위 당국자는 "최초 발생은 즉각 파악됐으나 양강도 상공의 구름 등으로 그 후의 진행 상황은 정밀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발생 원인에 대한 해석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보 라인을 총동원해 미국보다 상대적 비교우위에 있는 인적 정보(휴민트.Humint)를 수집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확보한 인적 정보와 미 첩보위성 사진 등 객관적인 정보를 놓고 퍼즐을 맞추듯 분석한다는 것이다.

또 국내에 이미 정착해 있는 탈북자와 하나원에 수용돼 있는 탈북자들 가운데 김형직군 출신을 집중 접촉하고 있다. 중국 현지 정보 파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으나 양강도 맞은편 중국 지역인 장백에서는 잘 체크되지 않는다고 한 정보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정보당국 일각에서는 "정보 판단의 핵심인 미국 측 자료가 한미연합사로 넘어오지 않아 사고 추이를 추정만 하는 상태"라며 "한.미 간 정보교환 채널이 충분히 가동되지 않아 더욱 긴장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미측은 북한 관련 상황이 발생하면 1보, 2보, 3보 식으로 진행 분석자료와 정보를 한국 측에 제공하는데 이번에는 분석 정보를 제대로 넘겨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안성규.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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