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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조기유학 전면 허용-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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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 주변에서 우리는 한국어 및 한국문화 그리고 한국의 경제 등을 배우러 온 외국인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국제화 시대에 한국어와 문화를 알리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조기 유학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외국의 문화를 직접 접한다면 서로에 대한 이해도 훨씬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학연과 지연에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낡은 교육풍토를 바꿀 수 있는 기대도 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조기유학 허용은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조기유학 허용의 주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조기유학은 국제적 소양을 갖춘 지식인의 양성 수단이라기보다 국내 대학 입학의 복잡한 절차를 회피하는 도피처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규제를 푼다는 것은 이런 도피성 외유를 법적으로 인정해주는 결과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

또 조기유학을 보내 얻을 수 있는 효과에서도 의문은 제기된다. 하다 안되면 외국어라도 배우겠지 하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버려야 한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나의 경험에 비춰볼 때, 조기 유학이 아니더라도 외국어 학습은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 성인인 한국어 학습자들도 1~2년 동안 말을 배우면 한국 생활에 별 지장이 없다. 차라리 어학연수를 1년 정도 다녀오면 될 것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학부모들이 조기유학을 보내려는 동기가 국내교육의 여건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이다. 외국어 교육의 문제, 특성화 교육의 부족,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 등 수많은 이유들이 지적된다.

때문에 조기유학 허용 문제를 논하기 전에 우리나라의 교육여건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조기유학은 새로운 문화를 향해 떠나는 비장한 각오의 여행이다. 그 결심을 한 어린 학생들과 그들 부모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결심에 내포된 문제를 간과하고 서둘러 정부가 조기유학을 허용하는 것은 교육현장에 있는 당사자로서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김중섭 <경희대 국제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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