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과의 전쟁' 선포] 검찰, '칼'은 뺐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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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검이 4.13 총선을 30여일 앞둔 6일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사람들을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후보자 비방죄 등을 적용해 처벌토록 일선 검찰에 지시, 단호한 척결의지를 천명했다.

검찰의 방침은 이번 선거가 지역감정에 대세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최악의 전망이 나돌면서 정부.여당 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데 따른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도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으로 이득을 보려는 후보들에 대해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적극 사법처리하겠다는 강력한 방침을 드러낸 것" 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대검 지시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반응은 곤혹스러움에 가깝다.

최근 충청.영남권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일부 야당지도자들에 대해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특정 후보자 비방과 관련이 없어 사실상 사법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1998년 6.4 지방선거 때 지역감정 발언과 관련, 검찰이 사상 처음으로 기소했던 6명에 대한 법원의 판결내용이 검찰을 다소 무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 수뇌부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에 대해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 보겠다" 며 의욕적으로 이들을 기소했었다.

그러나 기소된 6명 가운데 당시 한나라당 김태호(金泰鎬)의원은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며 나머지 5명은 무죄.선고유예.벌금 80만원.징역 6월.집행유예 1년 등으로 확정됐을 뿐이다.

특히 부산고법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던 金의원에 대해 "호남 사람이 (울산시장에)당선돼선 안된다" 는 부분에 대해 "헌법상 권리인 의견표현일 뿐 사실관계를 적시한 것이 아니므로 후보자 비방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며 지난해 10월 무죄판결을 했다.

이상언.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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