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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툰 비보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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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민 카이로 특파원

지난달 2일 국방부는 각 언론사에 서한을 보내 이라크 파병부대의 일정.이동 경로.규모 등에 대해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금까지 언론은 이에 충분히 협조했다. 그 결과 자이툰 부대의 안전한 부대 이동, 현지적응과 활동 준비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우선 자이툰 부대에 대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의 파병 소식이 중동 언론에도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다. 그래선지 한국의 이라크 파병을 문제삼는 중동 국가는 아직 없었다. 이슬람권의 대중적인 반감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리의 이라크 파병을 쉬쉬해야 할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이로 아메리칸대의 왈리드 카지하 정치학과 교수는 "한국의 파병 목적이 치안유지나 전투가 아닌 평화적 이라크 재건지원이라면 오히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일본은 아랍권 방송에 광고까지 해가면서 파병했다. 미국의 점령에 협조하는 다국적군에 대한 거부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다. 우리도 파병 이전부터 더 적극적인 홍보를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요르단의 중동연구소 자와드 알하마드 소장은 "한국이 대규모 군대를 배치했다는 사실이 갑자기 대중에게 알려지게 될 경우 더욱 큰 반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의 보도 통제는 저항세력의 충동적인 공격을 막는 데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미군에 협조하는 다국적군에 대한 반감을 토대로 전개되는 '조직적인' 적대행위를 막아주지는 못할 것이다. 실제로 일부 과격 세력들은 이미 한국군 이동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는 등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9월 중순 자이툰 본대의 주둔지 정리가 끝나면 10월 초에 국방부 출입기자들의 이라크 방문이 이뤄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 달 뒤면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어떤 형태로든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중동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이라크와 이슬람권에 한국군의 파병을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지 정부는 이제라도 주도 면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한.미동맹뿐 아니라 한국과 이슬람권의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정민 카이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