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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락과의 전쟁 두달] 불꺼진 '미아리 텍사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지난 4일 0시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88 윤락가 속칭 '미아리 텍사스' .

불과 두달 전만 해도 휘청대는 취객들과 윤락녀들이 어우러져 질펀한 술판을 벌이며 흥청대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윤락업소 곳곳마다 '폐업 명령서' '휴업' 이라고 쓰인 공고문 등이 나붙어 있어 을씨년스러웠다. 대략 10개 업소 가운데 4개 꼴로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문을 연 업소에도 손님의 발길은 한산했다. 5명의 윤락녀가 일하는 P업소에 오전 1시까지 고작 2명의 손님이 다녀갔다.업주 崔모(42)씨는 "부동산 거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장사한다" 며 "업소가 팔리는 대로 뜰 생각" 이라고 한숨지었다.

지난 1월초 부임한 김강자(金康子) 종암경찰서장이 '미성년자 윤락과 전쟁' 을 선포한지 6일로 두달이 됐다.

업소 2백67개 가운데 42개(16%)가 영업정지 명령을 받아 폐쇄됐고, 70개 업소(26%)가 구인난.영업부진을 이유로 자진 휴업 중이다. 나머지 업소들의 매출액은 지난해의 30~40%대로 곤두박질쳤다고 업주들은 주장했다.

또 윤락녀 1천5백여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빠져나갔다. 한명만을 고용한 업소가 15곳이나 되며,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고 한다.

종암서는 그동안 연인원 3천여명의 경찰을 동원, 불법.퇴폐 영업을 해오던 업주.포주 60여명을 처벌했고 27명의 청소년 윤락녀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미아리 텍사스의 단속으로 윤락행위가 주택가.단란주점.티켓다방 등으로 파고드는 이른바 '풍선 효과' 가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을 벗어난 일부 윤락녀들이 인근 K.S동 등 주택가로 옮겨 윤락행위를 벌이고 있으며, 미성년자들의 경우 PC방을 통한 원조교제에 나서고 있다.

하재식.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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