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 하나 입양하면, 한 아이 살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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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호 01면

서울 예일초등학교 ‘유니세프클럽’ 대원들과 김현정 지도교사(뒷줄 왼쪽에서 여섯째)가 손수 만든 아우인형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최정동 기자

20일 오후 3시 서울 은평구 구산동 예일초등학교 5학년 2반 교실. 학교동아리인 ‘유니세프 클럽’ 회원 18명이 모였다. 6학년 마유선양이 직접 만든 ‘아우’ 인형을 소개했다. 아우는 ‘아름다운 우리’ ‘동생’ ‘아우르다’의 뜻이 담긴 말. 유선이는 이 인형에 ‘윤미’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우 인형에는 사람처럼 이름, 생년월일, 국적이 기록된 라벨이 붙어 있다. 인형의 ‘출생증명서’다. ‘윤미’를 입양(구입)할 때 2만원을 내면, 그 돈은 지구촌의 어린이들에게 예방주사를 놔주는 데 사용된다.

한국 유니세프 ‘2만원짜리 인형’ 프로젝트

“제발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신생아들이 예방접종을 못 받는다니요.” 친구들도 한 명씩 소원을 빌었다.

“나한테 도움 받은 얘가 무럭무럭 자라서 나라에 큰 일 할 수 있었으면….”(유연수)

“아기들아, 내가 너희를 위해 기도해주고 응원할게.”(박가영)

“많이 좀 입양해 주세요.”(김은송)

아우 인형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한국유니세프)가 2007년부터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홍역·소아마비·백일해·결핵·파상풍·디프테리아로만 연 140만 명의 아이가 죽어간다. 예방주사를 맞지 못해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유엔아동권리협약 20주년(20일)을 맞아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매년 880만 명의 어린이가 폐렴이나 이질·영양실조같이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인해 숨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형 한 개를 만들거나 입양하면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김현정(28ㆍ여) 지도교사는 “바늘에 실 꿰는 것도 어려워했던 아이들이 인형을 만들며 돈뿐만이 아니라 능력과 재능, 사랑과 정성도 기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인형 입양 프로젝트는 1992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한국은 2007년 10월부터 동참했다. 프로젝트에는 스타들도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자신이 입양아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아우 인형의 특별대표다. 피겨여왕 김연아는 자신이 만든 ‘여나’ 인형을 경매에서 540만원에 입양시켰다.

인형 입양비는 한 개에 2만원(홈페이지 www.awoo.or.kr). 국내에서는 매년 5000여 개의 인형이 입양된다. 그렇게 모은 기금은 모두 2억6000만원, 1만 3000명의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돈이다. 이탈리아의 아우 인형인 ‘피고타’는 매년 20만 개가량 입양되고 있다. 어린이들을 6대 질병으로부터 지키는 데 드는 예방접종비용은 단돈 20달러.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한 기쁨의 값어치는 과연 20달러짜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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