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어 방송 첫 여성 보도팀장 “한국 입장 꼼꼼히 세계에 알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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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한국을 대표하는 뉴스 앵커를 꼽으면 누구일까. 혹자는 엄기영·김주하를 떠올릴지 몰라도, 한국 주재 외국인이라면 안착히(39·사진)를 댈 것이다.

2001년부터 아리랑TV ‘아리랑 뉴스’(밤 10시)를 진행해온 안 앵커는 2002년 한 차례 병가를 제외하곤 10년째 ‘개근’했다. 해외 외교관들은 그를 만나면 “우리가 뉴스를 얻는 유일한 통로(You are the only person we can get the news from)”라고 치켜세운다.

안 앵커가 16일 사내 인사발령에 따라 보도제작팀장으로 승진했다. 국내 방송사상 첫 여자 보도제작팀장(국장)이다. ‘아리랑 뉴스’도 종전처럼 진행한다. 오전 7시30분 출근해서 밤 12시 퇴근하는 일상은 촘촘히 늘어난 회의 때문에 더 빠듯해졌다.

20일 서울 서초동 아리랑TV 본사에서 만난 안 앵커는 “전체 뉴스 흐름을 총괄해야 해서 책임감이 커졌지만, 새로운 도전 앞에 흥분된다”고 말했다.

“아리랑TV를 벤치마킹해간 NHK월드 TV(일본)가 실시간 뉴스를 강화하고 있어 긴장돼요. 부산사격장 참사 같은 경우도 꼼꼼히 보도하는데, 한국 입장을 상세히 알릴 책임이 제게 있으니까요. 특히 내년엔 ‘G20’가 서울에서 열리는 등 해외의 눈이 한국에 쏠리잖아요.”

이에 따라 아리랑TV는 종전 하루 7차례 내보내던 뉴스를 확대·증편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다.

연세대 영문학과 88학번인 안 앵커는 YTN에서 국내 최초 영어 뉴스인 ‘Korea Report’를 진행하다 1998년 아리랑TV로 스카우트됐다. 당시만 해도 아리랑TV는 출입처 취재 없이 국내 뉴스를 영어로 가공해 방송하는 식이었는데, 안 앵커가 현장 취재를 자원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시작으로 청와대 출입기자로 이어졌다.

“저를 1호로 아리랑TV도 출입기자 등록이 보편화됐어요. 앵무새 스크립트가 아니라 현장에서 밀착 취재로 국내 뉴스를 알리니까 북핵·경제 등 주요 사안에 있어 해외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착히’라는 순한글 이름은 ‘착하게 살라’는 뜻으로 부모님이 지어주신 것. 유창한 영어 구사력은 건설회사에 다니던 아버지의 해외근무를 좇아 말레이시아·방글라데시 등에서 초·중·고교를 다닌 데서 비롯했다.

그래도 날마다 영어 신문을 소리 내어 읽는 등 ‘기름칠’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요즘 교본으로 삼는 연사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방한 연설 때도 짧은 시간에 쉬운 단어로 명확한 메시지를 구사하는데 정말 인상적이더라”고 감탄을 연발했다.

“해외에서 오래 살아서 아직도 한국이 새롭고 날마다 배우는 기분이에요. 저의 신선한 눈이 한국을 보는 세계인의 창이 될 수 있게 할게요.”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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