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인 꿈꾸는 여성들-부산·울산 창업보육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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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9일 오후 10시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2동 적십자회관 9층. 다른 층의 불은 다 꺼진 밤늦은 시간인데도 이곳만은 훤하게 불이 켜져 있다.

각각 3~4평 남짓한 6개의 방에는 부산여성벤처 '전사(戰士)' 를 자처한 20~40대 여성 10여명이 팔을 걷어붙이고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다.

1월말 문을 연 부산.울산여성창업보육센터 풍경이다. 여성경제인협회 부산.울산지회가 만든 부산지역 여성벤처기업의 요람이다.

이곳에는 벌써 6개의 여성벤처기업이 입주해 척박한 부산지역 여성벤처업계를 일구고 있다.

업종도 소프트웨어개발.무역대행.전자상거래 등으로 다양하다. 경력도 가지가지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사이버랜드' . 姜혜정(23)씨가 창업자다. 姜씨는 "웹마스터 일을 하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내 뜻대로 승부를 해보자' 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 고 말했다.

姜씨는 "관공서.상점.백화점 등의 지도를 사이버 상에 띄어 놓고 이용자들이 실제로 해당건물에 들어가서 민원.쇼핑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고 말했다.

대한무역공사에 근무하다 인터넷 무역대행사인 '부산소호지원센터' 를 창업한 邊지효(31)씨. 중소기업 등에 무역관련 정보를 제공하자며 회사를 차렸다.

맞춤출판업체인 '라이프 에세이' 李영애(48)씨는 부산교육위원회 학생상담자원봉사자 출신. 한국문인협회.부산문인협회.크리스찬문인협회 회원으로 5년 전 수필집까지 냈다.

이들의 꿈은 '전설적인 여성벤처인' 이 되는 것. 모두 "1년 뒤를 지켜봐 달라며" 며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姜씨는 "성공률이 몇만 분의 1이라는 벤처업계에서 성공 여부는 절대 장담하지 못하지만 꼼꼼함이라는 여성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 성공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부산.울산여성창업보육센터에는 아직 4개의 방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세밀히 따져 입주시키다 보니 아직 마땅한 업체를 뽑지 못했다. 사무실은 무료로 제공되고 관리비.운영비도 일부 지원된다. 규모에 따라 5~7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2년 입주에 1년 동안 연장할 수 있다.

여성경제인협회 부산.울산지회 河계순 회장은 "이들은 부산지역 첫 여성벤처기업가들" 이라며 "이들의 창업에 자극받아 부산에 여성벤처기업가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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