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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외 국민 안전관리 이래서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잇따라 피해사례들이 드러나고 있는 중국에서의 한국인 납치 강도사건은 우리 정부의 재외국민 안전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유학생.사업가.여행자 등을 대상으로 금품을 노린 납치사건이 빈발하더니 한 사업가가 피살되는 사례까지 있었고, 심지어 당국의 특별보호 대상인 탈북자가 납치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하기도 했다.

중국의 취약한 치안상태도 그렇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중국 내 한국인 안전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1998년 한해만도 신고된 납치 강도사건이 28건에 달했고, 지난해 외국인 상대 범죄 피해의 70%가 우리 나라 사람이었다고 한다.

일반 여행자 사고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인들이 표적이 돼 한인사회의 불안이 극에 달해있다고 한다.

대부분 조선족이 낀 전문범죄조직들이 여행자나 현지 체류자를 상대로 소지한 돈을 빼앗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에 조직원을 두고 거액을 요구하는 전문화.국제화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언론을 통해 집중 보도되자 뒤늦게 공조수사다, 대책마련이다 허둥대고 있다. 우리 수사당국은 신고를 받은 경찰서별로 수사를 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조차 인식하지 못한 상태였다.

현지 공관의 대응도 안이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납치당했다가 탈출한 사업가가 현지 영사관에 보호요청을 하자 관할이 아니라며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는 방송 보도는 충격적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라는 국가의 최우선 기능을 포기한 것 아니고 무엇인가.

단순히 국제 강력사건 정도로 다룰 일이 아니다. 수사공조를 통해 중국 내의 범인들을 체포하는 일도 급하지만, 예방을 위한 범정부차원의 종합대책과 현지 영사업무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외교적 노력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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