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아 어둡고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이던 흑인여성 싱어송 라이터 트레이시 채프먼이 새앨범 '텔링 스토리스' (Telling Stories)로 돌아왔다.
특유의 중성적인 목소리로 소외 계층에 대한 사랑을 담아내 음악팬들을 은근히 사로잡아 온 그가 이번엔 무슨 얘기를 들려줄까.
이번 음반은 지난 1988년 '트레이시 채프먼' 으로 데뷔한 이래 '크로스로즈' (89년), '매터스 오브 더 하트' (92년), '뉴 비기닝(95년)에 이은 다섯 번째 앨범. 전보다 가사와 멜로디에서 더 부드러워지고 따뜻한 느낌이 강해졌다.
'기브 미 원 모어 리즌' 등의 노래를 통해 4집에서 블루스적인 색채를 가미했던 그는 이번엔 록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등 다채로운 편곡을 시도했다.
운동권 인사처럼 노래를 통해 사회에 던지는 예리한 시선은 여전하다. 전반적으로는 보다 자기 성찰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의 비중이 크다.
타이틀곡 '텔링 스토리스' 는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편안하고 익숙한 리듬의 포크곡. 이곡에서 그는 "기억의 페이지에 쓰여진 글의 행간에는 픽션(거짓말)이 있다" 고 말한다.
이야기하는 자의 진실이 곧 다른 모든 사람의 진실일 수 없다는 얘기를 담아낸 것이다.
거짓말 혹은 진실에 대한 얘기, 사회 갈등에 대한 얘기를 이렇게 진지하게 노래에 담아내는 게 트레이시의 가장 두드러지는 개성이기도 하다.
올해 36세인 그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인류학(아프리카학)을 공부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부르고 작곡도 했던 그는 하버드 스퀘어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음악계에 진입했다.
88년 첫 앨범을 냈고 이듬해 그래미상에서 '최우수 신인상' 등 4개상을 거머쥐었다.
그의 곡중엔 '프리덤 나우' '머티리얼 월드' '서브시티' '본 투 파이트' '콜드 피트' 등 인간을 노예화시키고 소외시키는 사회 제도에 대해 던지는 독설이 녹아 있는 곡들이 많다.
"사람들은 내게 종종 세상이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는지 묻는다. 흑인 혹은 여성들이 처한 환경은 대체적으론 좋아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들은 갑자기 인간성에 대한 신념을 뒤흔드는 일에 맞닥뜨리지 않는가. 우리의 제도는 지금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고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언제나 남아있는 법이다. "
보다 은근하고 간접적인 노선을 택한 것을 성숙한 정신의 표현으로 보아준다면 트레이시는 여전히 살아 있는 포크계의 여전사임에 틀림 없다.
이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