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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선율에 실린 '독설과 진실'…채프먼 새 앨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사회.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아 어둡고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이던 흑인여성 싱어송 라이터 트레이시 채프먼이 새앨범 '텔링 스토리스' (Telling Stories)로 돌아왔다.

특유의 중성적인 목소리로 소외 계층에 대한 사랑을 담아내 음악팬들을 은근히 사로잡아 온 그가 이번엔 무슨 얘기를 들려줄까.

이번 음반은 지난 1988년 '트레이시 채프먼' 으로 데뷔한 이래 '크로스로즈' (89년), '매터스 오브 더 하트' (92년), '뉴 비기닝(95년)에 이은 다섯 번째 앨범. 전보다 가사와 멜로디에서 더 부드러워지고 따뜻한 느낌이 강해졌다.

'기브 미 원 모어 리즌' 등의 노래를 통해 4집에서 블루스적인 색채를 가미했던 그는 이번엔 록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등 다채로운 편곡을 시도했다.

운동권 인사처럼 노래를 통해 사회에 던지는 예리한 시선은 여전하다. 전반적으로는 보다 자기 성찰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의 비중이 크다.

타이틀곡 '텔링 스토리스' 는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편안하고 익숙한 리듬의 포크곡. 이곡에서 그는 "기억의 페이지에 쓰여진 글의 행간에는 픽션(거짓말)이 있다" 고 말한다.

이야기하는 자의 진실이 곧 다른 모든 사람의 진실일 수 없다는 얘기를 담아낸 것이다.

거짓말 혹은 진실에 대한 얘기, 사회 갈등에 대한 얘기를 이렇게 진지하게 노래에 담아내는 게 트레이시의 가장 두드러지는 개성이기도 하다.

올해 36세인 그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인류학(아프리카학)을 공부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부르고 작곡도 했던 그는 하버드 스퀘어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음악계에 진입했다.

88년 첫 앨범을 냈고 이듬해 그래미상에서 '최우수 신인상' 등 4개상을 거머쥐었다.

그의 곡중엔 '프리덤 나우' '머티리얼 월드' '서브시티' '본 투 파이트' '콜드 피트' 등 인간을 노예화시키고 소외시키는 사회 제도에 대해 던지는 독설이 녹아 있는 곡들이 많다.

"사람들은 내게 종종 세상이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는지 묻는다. 흑인 혹은 여성들이 처한 환경은 대체적으론 좋아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들은 갑자기 인간성에 대한 신념을 뒤흔드는 일에 맞닥뜨리지 않는가. 우리의 제도는 지금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고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언제나 남아있는 법이다. "

보다 은근하고 간접적인 노선을 택한 것을 성숙한 정신의 표현으로 보아준다면 트레이시는 여전히 살아 있는 포크계의 여전사임에 틀림 없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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