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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드러난 고교 학력차 무시할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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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국 초.중.고교생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지역별. 학교별 학력 격차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준화가 적용되고 있는 서울지역 고교의 경우 강남 학생의 성적은 강북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평준화 제도가 실패한 정책임을 의미한다. 1974년 평준화 도입 때의 명분은 망국적인 과외 열기와 극심한 고교 간 실력 차이의 완화였다. 30년이 지난 지금의 실상은 어떠한가. 학교 간 지역 간 학력차는 여전하고, 77년 2800억원이던 과외비 규모는 지난해 13조6485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동안 각종 국제학력평가와 시험에서 한국 학생의 수준이 외국에 비해 뒤떨어진 것도 평준화가 원인이었던 셈이다. 사람마다 능력의 차이가 있게 마련인데 그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꼬이는 것이다.

중.고생의 학업성적이 초라하면 대학생의 실력 또한 형편없어지고, 이는 곧장 국가경쟁력의 추락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세계 5위지만 대학교육의 경제사회 요구 부합도는 59위에 불과한 것을 보라.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는 대학들이 평준화의 틀 안에서나마 고교등급제를 실시해 보다 실력있는 학생을 뽑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교 간 실력 차이를 입시에 반영하겠다는 대학의 입장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차이가 나는 것은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지 무시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교평가 기준과 방법을 대학에 전적으로 일임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분명하다. 평준화 제도의 대대적인 보완에 나서야 한다. 하향평준화를 초래하는 교육정책을 30년이나 고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무수히 지적했듯이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살리는 교육제도를 운용해야 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한층 더 학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영재교육과 수준별 수업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특목고와 특성화고, 대안학교, 자립형 사립고를 대폭 신설하고 한편 학력이 떨어지는 농어촌과 저소득층 밀집지역에는 교육안전망 차원에서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