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장애인으로 검도 수련하는 공병덕·조영호·최임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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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71년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은 조영호(53)씨. 88년 척수수술 후 하반신 마비상태인 최임식(48)씨. 이들은 요즘 검도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로 휠체어 검도 수련생이 됐기 때문이다.

이웃에 사는 이들을 검도의 세계에 끌어들인 사람은 경기도 평택 안중검도관 관장 공병덕(30)씨. 그 역시 92년 의경으로 근무하다 교통사고로 사선을 넘나들었던 1급장애인이다.

사고 후 보름만에 의식을 회복했을 정도로 크게 다쳤지만 3년간의 재활을 거쳐 지금은 오른다리를 조금 저는 정도다.

살려는 의지가 이 정도로 강했던만큼 공씨의 검을 향한 집념도 무서웠다.

스승인 김영학 교수(용인대 격기학과)의 배려로 96년 모교인 용인대에 복학한 공씨는 다시 검을 잡았다.

특히 그는 김교수와 함께 휠체어 검도를 창안, 지난해 9월 시범행사를 가졌다.

조씨와 최씨는 우연히 신문을 통해 이 소식을 듣고 공씨의 도장을 찾아온 것.

이들은 병원에서 폐기처분한 환자용 휠체어를 사용했지만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는 감격에 기본동작부터 착실히 배워나갔다.

조씨와 최씨는 "검도 수련을 시작한 뒤부터 밥맛도 좋고 소화도 잘 돼 원기가 왕성해지는 것 같다" 며 검도예찬론을 폈다.

어느 정도 실력을 닦은 두 사람은 이달 28, 29일 열리는 SBS 검도왕대회에서 공씨를 상대로 각각 시범경기를 갖는다.

용인대측은 이들을 위해 3백만원짜리 경기용 휠체어를 빌려주었다.

공씨는 "주위의 많은 장애인들이 검도를 하고싶어 하지만 만만찮은 휠체어 값 때문에 주저하는 것 같다" 고 안타까워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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