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행정 제동건 선관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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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관위가 정부의 선심행정과 과도한 홍보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선거 때마다 제기되곤 했던 '관권선거' 의혹에 일찌감치 쐐기를 박자는 취지에서다.

선관위가 문제삼은 것은 두 가지.

예산 조기 집행을 통한 저소득층 지원 문제가 첫째다.

아직 방침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정부가 공공근로사업비(1조1천억원)의 65%를 1분기에 조기집행하거나, 하반기로 잡혀있는 복지예산을 상반기로 앞당겨 집행할 경우 선심용 시비가 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세계잉여금을 빈곤퇴치에 쓰겠다는 계획도 마찬가지다.

국정홍보물도 제재 대상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김대중 대통령 취임 2주년(2월 25일)을 맞아 각 부처가 국정 홍보 책자를 대대적으로 준비 중" 이라며 "이런 홍보물이 폭주하면 관권시비에 휩싸일 게 뻔하다" 고 지적했다.

실제로 농림부가 지난 설 연휴에 배부한 'OK농정' 은 야당으로부터 관권선거 비난을 사 선관위의 경고조치를 받았다.

국정홍보처의 '야호 코리아' '설 고향 가는 길' , 재경부의 '더불어 잘 사는 晝좇?새 천년' 책자 등도 비슷한 시비가 제기돼 있다.

다음은 이용훈(李容勳)선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일부 정부 사업에 선심용 시비가 제기되고 있는데.

"예산집행은 정부의 고유권한이라 뭐라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종래와 다른 방법으로 한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를 요청했다. "

- 국정홍보물에 대해서는.

"종전의 방법과 범위를 벗어나 유권자에게 배포하는 것은 오해를 살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설 고향 가는 길' 의 경우 문민정부 때부터 해오던 것이긴 하나 작년 설에 10만부가 배부된 데 비해 올해는 30만부로 늘어났다. 이런 것 등을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 "

- 대통령의 잦은 TV 출연을 야당이 문제삼고 있는데.

"대통령은 국정의 책임자이자 정당 총재라는 두 가지 지위를 갖고 있다. 어떤 자리에서, 어떤 자격으로 무슨 말을 했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져야 한다. 민주당 창당대회 등에서 총재자격으로 안정의석 확보 등을 언급한 것은 문제삼을 수 없다. "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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