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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커스] 디지털 리더의 7가지 덕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6대 총선 공천이 최종 윤곽을 드러냈다.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시민단체들이 부적격자로 지목했던 사람들 중 적잖은 수가 보란 듯이 공천됐다. 철새.낙하산 논란도 여전했다.

변하지 않았다. 반면 숨가쁠 정도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디지털시대의 문턱에서 사람들은 변화에 몸부림치며 여전히 어리둥절해 한다.

이 시점에서 디지털 리더의 덕목을 살펴보는 이유는 결코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고이자 변하는 것 자체를 지나치게 신비화하고 권력화하는 것에 대한 반성이요, 경계다.

진정한 디지털 리더가 되려거든 첫째, 주눅들지 마라. 변화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지털이야기만 나와도 주눅들거나 민감해진다. IMF로 인해 겪은 심리적 후유증보다 디지털 강박증이 낳은 정신적 후유증이 더 크다고 한다.

그러나 디지털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앞서고 뒤서고 할 것도 없다. 지금 우리는 모두 디지털 창세기를 살고 있다. 0과 1의 조합 운운하는 디지털ABC에 겁먹지 말고 그것과 좀더 사귀자.

둘째, 느림을 확보하라. 빌 게이츠의 말처럼 디지털시대의 관건은 속도다. 속도는 디지털세상의 생존무기다. 그러나 우리가 속도를 내는 궁극적 이유는 느림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 느림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꿈꾸기를 하고 새로운 가치를 잉태한다. 느림을 확보하지 못하는 속도는 조급증일 따름이다. 테제베 (TGV)나 이체(EC)를 타고 느끼듯 속도 안에서의 느림을 구가하자.

셋째, 트러스트(신용.신뢰)의 연쇄고리를 만들라. 디지털경제는 트러스트의 경제다. 물건팔아 손익분기점을 넘기려 애쓰는 아날로그경제와는 사뭇 다르다. 디지털경제에서 전통적 개념의 손익분기점은 허구다. 디지털경제는 트러스트를 팔아 자본을 확보한다. 그 성패는 트러스트의 연쇄고리를 누가 더 많이 형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디지털 리더는 트러스트에 목숨을 건다.

넷째, 감성과 느낌을 존중하라. 디지털시대는 느낌, 곧 감성의 시대다. 느낌과 감성의 공명이 트러스트 형성의 기본이다. 고(高)부가가치 콘텐츠 역시 고감도 감성의 추출물일 따름이다. 따라서 손정의의 말처럼 디지털시대에는 감성이 이긴다.

다섯째, 차이를 드러내라. 차이, 곧 다름은 차별받을 근거가 아니라 존중받고 대접받을 근거다. 아날로그시대에는 다르다는 것이 왕따의 이유였지만 디지털시대에는 차이가 곧 가치다. 차이를 드러낼 수 없는 것은 도태되고 만다.

여섯째, 철저히 자기중심적이 되라. 이기적인(selfish) 것과 자기중심적인(I-centeric) 것은 엄연히 다르다.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갖지 않으면 유저(user)를 이해할 수 없다. 유저는 결코 집단이 아니라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개인이기 때문이다. 유저를 파악하는 것은 모든 디지털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디지털 리더는 자기 중심적인 유저로서의 경험을 지속해야 한다. 그 경험을 중단하는 순간부터 디지털 벤처는 망하기 시작한다.

일곱째, 고독의 공간을 확보하고 스스로를 낯설게 하라. 디지털은 끝없이 펼쳐진 네트워크의 세계다. 항상 어딘가에 연결돼 있고 일거수일투족이 신용카드의 사용내역처럼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진정한 디지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때로 홀로 서있는 나무처럼 완전히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고독의 공간을 확보하자. 그리고 낯선 것과의 마주침을 즐기자. 다른 것, 잡종들과 접하자. 낯선 것들이 문제를 던지고 동시에 낯선 것들에서 답이 나온다.

나와 너, 우리 모두는 미래를 열어갈 디지털 리더의 가능태들이다. 우리의 미래는 16대 총선 입후보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다.

주눅들지 않고 미래와 희망을 움켜쥔 채 변화의 소용돌이로 기꺼이 뛰어들며 스스로를 격려하자. '나, 디지털 리더!' 라고.

정진홍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커뮤니케이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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