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학습놀이] 엄마는 랩스쿨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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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비양은 4년째 ‘엄마표 랩스쿨’로 영어 공부를 한다. 엄마 선생님 권미정씨의 꼼꼼한 관리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생겼다. [김진원 기자]

백은비(경기도 장내초 5)양은 ‘엄마표 랩스쿨’로 영어 공부를 한다. 초등 2학년 때 시작해 벌써 4년째. 영어 랩스쿨은 전문적인 어학 시스템을 갖춘 학습관에서 헤드셋을 이용해 스스로 듣기·읽기·말하기·쓰기 공부를 하는 형태다. 물론 은비의 랩스쿨엔 그럴 듯한 랩스쿨용 책상이나 의자, 전문 오디오시설도 없다. 하지만 엄마 권미정(37·경기도 남양주시)씨가 은비의 영어진도를 꼼꼼히 관리해 준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스스로 학습 습관 생겨 좋아

“학원에 왔다갔다 소요되는 시간이 많고, 아이 성격상 친구들과 노는 데 열중할 것 같아 시작하게 됐어요.” 권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일반 학원에서는 수준별 지도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었다. “친구들 없이 혼자 공부하는 게 힘들었어요.” 정기적으로 꾸준히 공부한다는 것도 초등 2학년 은비에게는 벅찼다. 권씨는 은비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엄마표 랩스쿨에서 공부한 후 다른 일을 하도록 유도했다. 대화 상대가 없다는 것도 불편했다. 회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화 연습을 하고, 녹음해 들었다. 권씨는 “발음 교정도 되고 서서히 회화실력도 늘었다”며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언어 구사력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은비는 엄마표 랩스쿨을 한 후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이가 직접 학습 분량·시간 정해

혼자 하는 것이 익숙하거나 능률이 오르는 아이라면 엄마표 랩스쿨을 추천할 만하다. 특히 경쟁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좋다.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 스트레스가 적다. 엄마는 공부에 책임감을 느끼고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준다. 학습 분량이나 학습 시간은 아이 스스로 정하게 한다. 초등학생은 10~20분 단위로 학습 방법과 활동을 바꾼다. 듣기, 큰 소리로 따라 말하기, 시계 재며 영어책 읽기, 받아쓰기, 영작하기, 문제풀이 등의 활동을 해볼 수 있다.

자신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 반복 청취하면 말하기 능력과 발음을 개선할 수 있다. 마지막에 받아쓰기로 그날 배운 것을 평가하고 워크북이나 쓰기 노트로 영작하며 복습한다. 최소 하루 1시간 30분 이상 학습하도록 한다. 학습 습관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정해진 분량과 시간만큼 학습했는지 엄마가 확인해야 한다. 권씨는 “영어로 도와주면 좋겠지만 스케줄 확인 정도만 해줘도 된다”고 조언했다.

집중력 높이도록 환경 만들기

학교나 학원보다 편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지만 집에서 공부하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다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가까운 랩스쿨을 방문해 현장 분위기대로 자녀 방을 꾸며주는 것도 방법이다. 다양한 교재 선택은 필수. 어떤 교재가 좋은지 모르겠다면 테이프가 딸린 영어 동화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권씨는 “엄마가 아이의 관심 주제와 내용을 찾아 교재를 직접 만드는 것도 좋다”고 추천했다. 노래나 애니메이션 영화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온라인 플래시 콘텐트나 게임 등으로 예습·복습을 할 수도 있다.

쑥쑥닷컴 영어교육연구소 홍현주 소장은 방 곳곳을 활용해보라고 권했다. 예컨대 책상 위에 녹음기와 동화 테이프를 놓아두고 ‘리스닝룸’, 한쪽에는 영어동화책을 놓고 ‘리딩룸’ 등으로 이름을 정한다. 각 룸에서 할 과제를 정한다. 리스닝룸에서는 책 없이 테이프 두 번 듣고 책 보고 한 번 듣기, 리딩룸에서는 영어동화책을 세 번 큰 소리로 읽기 같은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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