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계파 지분챙기기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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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과감한 공천개혁' 실험이 흔들리고 있다. 李총재는 계파안배식 공천 배제를 다짐했지만 공천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계파 보스들의 '자기사람 챙기기' 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바람에 여러 곳에서 공천 내정 또는 유력한 인물들의 탈락 또는 이동설이 나오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 부산〓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측과 이기택(李基澤.KT)전 총재권한대행의 입김 때문에 몇군데의 공천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해운대-기장갑의 경우 YS계인 김광일(金光一)전 청와대비서실장이 공천 내정단계까지 가는 듯했다.

하지만 KT가 "이곳의 손태인(孫泰仁)위원장만큼은 내 몫으로 지키겠다" 고 버티는 바람에 김광일 전 실장의 해운대-기장을로의 이동이 검토되고 있다는 것.

KT가 와병 중인 최형우(崔炯佑)의원 지역인 부산 연제를 희망하자 이곳 공천을 신청했던 YS계의 문정수(文正秀)전 부산시장이 북-강서을로 밀려났다.

지역구가 통합된 부산 사상구와 남구에선 한때 YS계 현역의원(辛相佑.金武星)의 동반탈락설까지 나왔으나 두 사람 중 한명은 구제될 것 같은 상황으로 바뀌었다.

李총재의 한 측근은 "YS계를 대거 탈락시킬 경우 부산.경남에서 YS를 등에 업은 무소속 바람이 불 수 있다는 판단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 대구.경북〓김윤환(金潤煥)고문과 김덕룡(金德龍)부총재, 이부영(李富榮)총무, 강재섭(姜在涉)의원의 영향력 작용으로 무려 6개 선거구에서 극심한 혼전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영입된 김만제(金滿堤)전 부총리의 경우 수성갑 공천이 내정됐었으나 金고문과 姜의원이 이원형(李源炯)위원장을 강력히 미는 바람에 金전부총리의 남구 이동설이 나오는 상황이다.

중구에서는 현승일(玄勝一)전 국민대총장이 같은 6.3세대인 김덕룡 부총재.이부영 총무의 지원까지 더해져 앞서가고 있다.

갑.을 지역구가 합쳐진 경주에서 김일윤(金一潤)의원의 강세 배경에는 김윤환 고문의 지원도 있다.

◇ 수도권〓계파간 자존심 싸움 때문에 여전히 정리가 안되는 곳이 있다. 서초갑에선 김덕룡 부총재계인 박원홍(朴源弘)의원이 이회창총재계인 김찬진(金贊鎭.전국구)의원의 도전을 받고 있다.

영등포갑의 경우 金부총재계인 권기균(權奇鈞)씨와 이부영총무계인 고진화(高鎭和)씨, 양천갑에선 조순(趙淳)명예총재계인 김동수(金東洙)위원장과 이회창 총재가 영입한 원희룡(元喜龍)변호사가 치열한 공천다툼을 벌이고 있다.

金부총재는 조웅규(曺雄奎.전국구)의원을 고양 일산갑, 정진섭(鄭鎭燮)부대변인을 안양동안에 공천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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