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 65번 도전 끝에 ‘미운 오리새끼’ 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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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위의 시대를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Wie Era).’

프로 데뷔 5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1000만 달러의 소녀’ 미셸 위가 큼직한 트로피를 안고 활짝 웃고 있다. [과달라하라 AFP=연합뉴스]

미국의 골프닷컴(golf.com)은 당장 이런 헤드라인을 뽑았다. ‘1000만 달러의 소녀’ 미셸 위(20·한국이름 위성미)가 LPGA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두고 난 뒤다. 미셸 위는 2009년 11월 16일(한국시간) 다시 태어났다. 이날 멕시코 과달라하라 골프장(파72·6638야드)에서 끝난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로 꿈에 그리던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10월 프로 무대에 뛰어든 뒤 꼭 4년 만이다. 우승상금은 22만 달러.

아마추어 시절 ‘골프 천재소녀’로 이름 높았던 미셸 위는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가시밭길을 걸었다. 나이키골프·소니 등과 1000만 달러(약 120억원)의 후원 계약을 하는 등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데뷔전인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미셸 위는 당시 덤불 속에 빠진 공을 주워 잘못된 지점에 드롭했다는 이유(오소 플레이)로 실격을 당했다.

이듬해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공동 3위에 올랐지만 대부분의 대회에서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더구나 2007년 손목 부상을 당한 뒤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그해 5월 열린 긴 트리뷰트 대회에선 첫날 16번 홀까지 14오버파를 기록한 뒤 갑자기 대회를 포기해 구설에 올랐다. 88타 이상을 기록하면 투어 출전이 금지되는 조항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와중에도 미셸 위는 크고 작은 PGA투어 대회에 출전해 남성들과 샷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다음에 잘 하겠다”는 말을 반복한다고 해서 ‘양치기 소녀’란 비아냥도 들렸다.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미셸 위는 지난해 말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올해 LPGA투어에 공식 입성했다. LPGA투어 65번째 도전 만에 ‘백조’의 본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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