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당은 64년째 전북 군산 중앙로 사거리에서 지역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여전히 건재하며, 성업 중이다.
15년 만에 다시 찾은 군산의 모습은 다소 변해 있었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 가는 길이 빨라졌을 뿐 아니라 진입로엔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중앙로 사거리엔 이성당이 그대로 있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에 들어간 이성당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직원들은 이들을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거기에 연로한 어머니와 중년의 세 자매가 빵을 사고 있었다. 이들 세 자매는 모두 군산을 떠나 타지로 출가했다고 했다. 맞이인 이성희씨와 막내 성신씨는 전주로, 둘째 성은씨는 미국으로 갔다. 이날은 성은씨가 귀국해 세 자매가 모두 친정 나들이를 한 참이었고, 가장 먼저 이성당을 찾은 것이다. 성희씨는 “이성당은 마음의 고향”이라고 했다. 성은씨는 “학창 시절 100점을 받으면 아버지가 이곳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는데 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며 웃었다. 이들은 “팥앙금빵과 팥빙수의 맛을 잊을 수 없어 친정에 올 때면 항상 들른다”고 입을 모았다. 성은씨는 “출국 직전 미국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줄 빵을 한아름 사갈 예정”이라고 했다. 막내 성신씨는 “전주에 분점을 내달라고 사장님께 수차례 요청했지만 꿈쩍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성당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제과점이다. 1920년대 후반 일본인이 운영하던 것을 해방 직후 오남례(75) 전 사장의 아주버님이 인수했다. 이후 제수씨인 오 전 사장이 경영을 전적으로 책임졌고, 2003년부터는 오 전 사장의 며느리인 김현주(47)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 흔한 분점 하나 없이 한곳에서만 60년 넘게 이어온 이성당은 자타가 공인하는 군산 만남의 광장이다. 330㎡(100평) 남짓한 매장의 100㎡가량은 테이블과 의자로 채워져 있다. 계모임이며 친목모임이 돌아가며 열린다.
이성당의 대표 메뉴는 하루 1000개가량 판매되는 쌀앙금빵(900원)이다. 쌀로 만들어 일반 빵에 비해 더 쫄깃한 데다 팥소가 상당히 두툼해 하나만 먹어도 속이 든든하다. 국산 팥의 가격이 너무 높아 수입산과 섞어 쓰고 있지만 적당한 온도에서 장시간 팥을 끓여내는 비법 덕에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특히 김 사장의 남편이 식품업체(대두식품, 햇쌀마루)를 운영하고 있어 재료 확보가 타업체에 비해 수월하다. 야채로만 속이 가득 찬 야채빵, 커리와 당면만 들어갔지만 초라하지 않은 크로켓도 하루 500개 이상 팔린다.
이성당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쌀로 만든 빵이 30%가량 된다는 점이다. 최근 출시된 1500원짜리 건강 빵 ‘블루’는 쌀과 소금으로만 만들어졌다. 이스트를 쓰지 않고 천연 효모로 발효했다. 김 사장은 “이런 빵들은 냉동 유통하면 맛이 떨어져 프랜차이즈 업체가 엄두를 못 낸다. 윈도 베이커리의 블루오션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많은 윈도 베이커리들이 시간과 비용 문제로 도전을 못해 아쉽다”고 말한다.
군산에도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있다. 가격 경쟁력도 이성당을 앞선다. 하지만 이성당의 위용은 그대로다. 이유가 뭘까. 김 사장은 “제품 질을 유지하기 위해 분점을 못 내도 불평 없이 찾아 주시는 손님들 덕분에 이성당이 60여 년을 이어왔다”며 “이런 감사의 마음이 손님들께도 전달된 게 아닌가 한다”고 답했다. 그는 “자녀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이성당을 물려줘 계속 키우고 싶다“고도 했다.
글=이가영 기자
사진=홍석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