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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느니 …” 소형 주택 경매시장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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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회사원 박모(48)씨는 지난달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있는 전용면적 42㎡짜리 소형 빌라 한 채를 법원 경매로 낙찰했다. 낙찰 금액은 시세의 90% 선인 9800만원. 정씨는 이 집을 간단하게 수리해 세를 놓을 생각이다. 그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 투자할 만한 곳을 찾다가 경매로 나온 소형 빌라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요즘 소형 주택 전·월셋값이 오르고 있어 임대 수익도 짭짤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소액 투자가 가능한 소형 연립·다세대주택이 인기다. 감정가 1억원 이하의 서울·수도권 소규모 빌라에 응찰자가 몰리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금액 비율)도 오른다. 제2금융권으로까지 확대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요즘 약세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파트 시장과는 딴판이다.

◆쌈짓돈 투자가 대세=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15일까지 경매에 부쳐진 서울지역 감정가 1억원 이하의 연립·다세대주택 낙찰가율은 114.3%로 전달(104%)보다 10.3%포인트 뛰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03.1%)과 비교해도 11.2%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입찰 경쟁률도 오름세다. 재개발 계획이 잡힌 곳은 평균 20대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한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올 상반기 1억원 이하 서울지역 빌라 낙찰가율이 70~80%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투자 열기는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감정가 6억원 이상 고가 빌라의 경우 이달 들어 낙찰가율이 68.2%로 전월(92%)보다 무려 23.2%포인트나 떨어졌다.

소액 물건 경매시장에 수요가 몰리면서 뒤따르는 현상은 고가 낙찰이다. 최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서울 홍제동 성진빌라 첫 입찰에는 26명이나 몰려 감정가(6000만원)보다 4000만원이 높은 1억원에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은 무려 166.7%. 지난달 15일 경매에 부쳐진 부천시 원종동의 한 빌라(전용면적 43㎡)도 43명이 몰려 감정가(7200만원)의 167%인 1억2012만원에 팔렸다.

◆주택시장 변화가 불 지펴=소액 연립·다세대주택이 경매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의 주택시장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우선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탄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영향이 크다. 경매정보업체인 GMRC 우형달 대표는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값이 3.3㎡당 1500만원을 넘는 반면 다세대·연립주택은 8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곳이 많다”며 “집값이 비싸 매입 부담이 큰 아파트보다는 저가 물건이 많은 빌라 경매에 관심을 갖는 수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전셋값이 많이 오른 것이 소액 경매 시장을 달뜨게 만들었다.

연립·다세대주택의 경우 대출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자금 조달이 쉽다는 것도 인기의 원인이다. 또 감정가 1억원 안팎의 소액 빌라 투자는 실패하더라도 손해가 적고 위험 관리가 쉬운 편이다. 메트로컨설팅 윤재호 사장은 “내 집 마련 실수요자도 있지만 여러 채를 사들여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자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분위기에 편승한 고가 낙찰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디지털태인 이정민 팀장은 “낙찰가가 시세를 웃돌면 임대수익률이 떨어지고 나중에 차익을 얻기 어렵다”며 “최고·최저 입찰가를 정한 뒤 응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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